LG화학이 LG생명과학과의 합병 발표 이후 연일 약세를 보이고 있다. 전기자동차 배터리사업이 중국 정부의 보조금 정책에 발목이 잡힌 가운데 바이오사업 확대 가능성에 대한 불확실성이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다만 중장기적 관점에선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통해 성장 스토리를 써내려갈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LG생명과학 합병 발표후 투자 부담에 약세지만…LG화학, 바이오가 성장 위한 '쓴 약' 될까
◆신저가 경신하고 있지만…

LG화학은 19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전 거래일보다 1.89% 하락한 23만3000원에 장을 마쳤다. 2거래일 연속 1년 최저가를 기록했다. LG생명과학을 흡수합병한다는 소식이 알려진 지난 6일부터 7거래일 동안 12.73% 떨어졌다.

합병 이후 바이오사업 투자에 대한 우려가 투자심리를 끌어내렸다는 분석이다.

LG화학은 내년 1월 합병 뒤에 매년 3000억~5000억원을 바이오사업에 투자할 예정이다. 3~4개 수준에서 동시에 할 수 있는 신약 개발 프로젝트도 10~20개로 확대할 계획이다. 제약·바이오 업계에서 투자를 가장 활발히 하는 한미약품의 연간 연구개발(R&D) 비용이 1800억원이란 점을 고려하면 작지 않은 규모다.

바이오사업은 장기간 대규모 자금을 투자해야 하는 영역으로 성과가 나오기까지도 오랜 시일이 걸린다. 이 회사의 또 다른 신성장동력인 전기차 배터리사업이 아직 손익분기점에 도달하지 못한 상황에서 비용 부담이 만만찮은 신사업이 추가된 것이다. 외국인 투자자가 최근 순매도를 이어가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외국인은 지난 9월1일 이후 10거래일 연속 총 80만6023주를 순매도했다. 이충재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기존 신규 사업의 수익성이 개선되지 않은 상황에서 신규 투자 분야가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투자심리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장기 성장성은 ‘충분’

증시 전문가들은 LG화학의 성장성이 충분할 것으로 보고 있다. 대부분 증권사는 이 회사 목표주가를 27만~37만원 선에서 유지하고 있다. LG생명과학과의 합병이 마무리되면 바이오가 주력사업의 한 축으로 자리매김한다. 지난 4월 팜한농(옛 동부팜한농) 인수로 그린바이오(농업)에 뛰어든 데 이어 레드바이오(의약)에도 힘을 싣게 된다. 둘 다 경기변동에 민감하지 않은 산업이기에 성과가 나오는 시점부터는 안정적인 현금 창출을 기대할 수 있다는 평가다. 황규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중장기적으로 보면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통해 경기변동에 따른 실적 변동 위험을 줄여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주가가 바이오 투자 확대에 대한 우려를 이미 충분히 반영했다는 의견도 많다. LG생명과학이 당장 LG화학의 실적 전체에 영향을 미칠 만큼 큰 규모의 회사는 아니기 때문이다. LG생명과학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252억원으로 LG화학(1조8236억원)의 1.38% 수준에 불과하다. 합병 이후 본업인 석유화학사업 실적이 크게 나빠지지 않는다면 내년 실적이 급격하게 악화될 가능성은 낮다는 평가다. 박연주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주가가 박스권에서 등락할 수 있지만 그동안 우려는 주가에 상당 부분 반영됐다”며 “더 떨어질 위험보다는 상승 잠재력이 높다고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주식시장은 단기적으로 LG화학 주가를 움직일 가장 큰 변수로 전기차 배터리사업을 들고 있다. 당장 연말까지 결정될 중국 정부의 전기차 배터리 모범규준 5차 인증 발표가 중요하다는 분석이다. 배터리의 안정성 여부 등을 평가하는 이번 인증을 받아야 LG화학은 중국 정부로부터 전기차용 배터리의 생산·판매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