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tty images 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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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금리 인상 우려로 증시 변동성이 커지는 가운데 현금 사정이 양호한 종목에 투자자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금리 변수에 따라 환율과 유가가 출렁이면 기업의 실적 전망이 불확실해질 수밖에 없어서다. 현금이라는 든든한 ‘실탄’이 있으면 배당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기대도 있다.

◆현금 보유 및 창출력에 주목

13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에서 올 상반기 기준으로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이 지난해 동기 대비 2배 이상 증가한 77개 종목 중 영업활동으로 인한 현금 흐름이 동시에 좋아진 종목은 38개였다. 이 중 13개 종목은 올 2분기 말 영업활동으로 인한 현금 흐름이 흑자로 전환했다.
불확실성 커진 증시…'실탄' 확실한 기업에 올라타라
현금성 자산은 현금과 동일하게 쓸 수 있거나 짧은 기간에 현금화가 가능한 자산이다. 이는 기업 위기 대처 능력의 잣대로 평가받는다. 영업활동으로 인한 현금 흐름은 지분법 평가이익이나 외상매출 등을 반영하지 않은, 영업을 통해 벌어들인 현금을 뜻한다. 실제로 기업 안으로 들어와 보유하고 있는 현금이다. 재고자산이 늘어나거나 결제 조건이 안 좋아져 매출채권(외상매출이나 받을 어음)이 증가하면 현금 흐름이 마이너스로 돌아설 수 있다.

영업활동 현금 흐름이 지난해 상반기 대비 800% 개선된 신풍제약은 현금성 자산도 62억원에서 220억원으로 3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영업활동 현금 흐름 개선폭 상위 종목 중 노루페인트(420.84%) 코오롱플라스틱(184.83%) 신도리코(180.32%) 삼양사(149.0%) 등은 현금성 자산도 큰 폭으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웅진씽크빅(1041.39%) 신라교역(544.96%) SH에너지화학(503.81%) 대유신소재(437.62%) 등은 현금성 자산이 크게 증가했고 영업활동 현금 흐름도 올 상반기 흑자로 전환했다.

전문가들은 실적 개선세,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과 더불어 현금 창출력도 종합해 주가 상승 여력을 판단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유명간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기업들의 영업 환경이 나빠지면서 기업 이익의 변동성이 커져 이를 보완할 수 있는 지표인 현금 흐름이 더 중요해졌다”며 “영업이익이나 순이익에 비해 조정이 어려워 기업의 실제 성과를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유 연구원은 “현금 흐름만으로 기업의 수익성이나 재무 건전성을 판단할 수는 없지만 이익이 개선돼도 현금 흐름이 나빠진 기업은 아무래도 주가를 좋게 전망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배당 확대 기대도

대기업 계열사 중에서는 삼성전자와 호텔신라, 현대자동차, SK이노베이션, LG화학 등 그룹을 대표하는 상장사들의 현금 보유 상황이 양호했다. 삼성전자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 규모는 25조8408억원으로 국내 상장사 중 최대였다. 지난해 상반기(17조8653억원)보다 45% 늘어난 규모다. 현대자동차(6조4137억원)는 4.92%, SK이노베이션(3조3850억원)은 23.0%, LG화학(1조7176억원)은 43.46% 증가했다. 영업활동으로 인한 현금 흐름도 두 자릿수 이상의 증가율을 보였다.

현금을 확보해 경영 안정성을 높이려는 움직임 속에 배당 여력도 커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조승빈 대신증권 연구원은 “기업이 영업활동을 하면서 자유롭게 사용이 가능한 잉여현금흐름이 순이익보다 큰 폭으로 개선되는 추세”라며 “배당금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