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트진로 주가는 지난 5년 동안 2만~3만2000원 사이를 오갔다. 주류 시장이 포화상태인 데다 롯데칠성 무학 등 새로운 경쟁자의 출현으로 주가가 좀처럼 힘을 받지 못했다. 반전의 열쇠는 20~30대 소비층에서 찾고 있다. ‘순한 소주(알코올 도수 2012년 19도→2014년 17.5도)’와 ‘과일 소주’ 열풍에 40대 이상 남성이 주 고객이었던 소주 시장이 한 단계 커진 것. 소주가 ‘김영란법’ 수혜 품목이 될 것이란 전망도 주가에 힘이 되고 있다.
'맥' 못추던 하이트진로 주가, 소주로 날아오를까
◆실적 바닥 찍었나

12일 유가증권시장에서 하이트진로는 50원(0.22%) 오른 2만31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최근 코스피지수 하락세 속에서 6거래일 연속 올랐다. 하이트진로는 소주 시장의 48~49%를 차지하는 ‘참이슬’과 맥주 시장 2위인 ‘올뉴하이트’가 주력 상품이다.

이 회사 주가는 최근 바닥을 찍고 올라오고 있지만 올해 고점(3만1850원·2월12일)보단 27.47% 떨어졌다. 송치호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맥주 가격 인상설에 도매상들이 업계 1위인 오비맥주 ‘카스’를 대량으로 사들여 하이트진로의 상반기 매출이 급감했다”고 말했다. 주류 업계는 1위 업체가 가격을 올린 뒤에 2위 업체가 가격을 인상한다. 가격 인상설이 돌면 1위 업체 제품에는 ‘사재기’가 일어나고 2위 업체 주문량은 크게 줄어든다. 실제 하이트진로의 상반기 맥주 매출은 347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4% 감소했다.

‘맛없는 맥주’ 논란 속에 수입 맥주 판매량 급증도 주가에 악영향을 줬다. 수입 맥주 판매사들이 대형마트와 편의점에서 수입 맥주를 국산 맥주 가격과 비슷한 가격(4캔에 1만원)에 판매하는 전략이 통했다는 분석이다. 올 상반기 국산 맥주 판매량은 1.5% 감소했다.

하지만 더 이상의 주가 하락을 예상하는 목소리는 많지 않다. 송 연구원은 “도매상들의 사재기 영향으로 줄었던 맥주 부문 매출은 3분기에 회복될 것”이라며 “꾸준히 오르는 영업이익과 4% 중반의 배당수익률을 감안하면 2만원대 초반 주가는 지나치게 낮다”고 말했다. 국내 11개 증권사의 목표주가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도 현 주가보다 26.74% 높은 2만9278원이다.

◆트렌드 선도하는 소주

고전하는 맥주 부문과 달리 소주 부문은 급변하는 시장 트렌드에 잘 대응하고 있다는 평가다. 소주 시장의 지각 변동이 시작된 것은 지난해 3월. 롯데칠성의 ‘처음처럼 순하리’로 과일 소주 열풍이 불면서다. 순하리의 성공에 우후죽순 알코올 도수 13~16도의 과일소주가 업체별로 출시됐다. 그러나 결국 하이트진로의 ‘자몽에이슬’이 순하리를 제치고 매출 1위에 올랐다. 자몽에이슬은 지난해 3분기부터 지난 2분기까지 304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상반기 소주 부문 매출은 8.2% 늘어난 5115억원. 영업이익도 18.0% 증가한 773억원을 기록했다. 호남, 충청 등 지방 시장 공략에도 성공해 소주 비수기로 분류되는 2분기 매출이 10.2% 증가했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탄산주 시장은 독주 태세다. 지난 3월 출시한 복숭아향 탄산주 ‘이슬톡톡’은 출시 이후 100억원 정도의 매출을 올렸다. 탄산주 시장 1위다. 회사 측은 탄산주와 과일소주 등 틈새시장에서 연 4~5%의 추가 매출을 올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는 28일 시행되는 김영란법도 호재가 될 것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김기원 하이트진로 재무담당 상무는 “법 시행 이후 일시적으로는 시장이 혼란스러울 수 있지만 가격이 저렴한 소주는 판매량이 꾸준히 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