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12일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7 파문 확산, 미국 금리인상 우려, 북한의 핵실험 등 '트리플 악재'가 겹치며 큰 변동성을 보였다.

지난주 장중 2,070선까지 오르며 연고점을 경신했던 코스피는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대내외 악재에 심리적 지지선인 2,000선을 내준 뒤 1,990선으로 후퇴했다.

전문가들은 오는 20~21일(미국시간) 예정된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9월 회의와 추석 연휴 등을 앞두고 큰 폭의 등락이 이어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 코스피, 1,990선 후퇴…공포지수 42% 치솟아

이날 코스피는 주말에 더 확산한 삼성전자 갤럭시노트7 배터리 결함 사태 등을 반영해 2,000선으로 뚝 떨어진 채 출발했다.

코스피는 외국인의 매도세에 장중 2,000선을 내준 뒤에도 낙폭을 확대해 결국 46.39포인트(2.28%) 내린 1,991.48로 장을 마쳤다.

'공포지수'로 불리는 코스피 200 변동성 지수(VKOSPI)는 전 거래일보다 42.47% 급등한 16.47로 마감했다.

이날 증시에 직격탄을 날린 것은 시총의 18%가량을 차지하는 삼성전자발 리스크다.

삼성전자 갤럭시노트7 배터리 결함 이슈는 전량 리콜 조치로 일단락되는 듯했지만, 세계 각국 정부와 삼성전자가 사용 중단을 권고하면서 사태가 일파만파로 커지는 모습이다.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7 사용 중지 권고는 한국과 미국을 포함해 전 세계 10개국으로 확대됐다.

이 영향으로 삼성전자는 7%에 가까운 낙폭을 보이며 시장 전체에 충격을 줬다.

이날 하루 삼성전자 시가총액 감소분은 우선주를 포함해 17조원이 넘는다.

삼성전자 스마트폰에 부품을 공급하는 삼성전기와 삼성SDI도 각각 7.56%, 5.85% 하락하며 동반 추락했다.

황민성 삼성증권 연구원은 "세계 정부기관들이 갤럭시노트7 사용중지를 권고해 리콜 발표 시점보다 상황이 더 복잡하고 커진 것으로 보인다"며 "당초 올 하반기 최대 8천억원의 이익 감소를 예상했으나 감소분이 1조원을 넘어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대외 상황도 녹록지 않다.

지난주 유럽중앙은행(ECB) 회의에서 주요 정책 금리를 동결하며 시장에서 기대하던 추가 완화책을 내놓지 않은 데다가 미국 9월 FOMC가 다가오며 금리 인상 우려도 점증하고 있다.

특히 최근 연설에 나섰던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위원들의 발언이 매파적(통화긴축 선호)으로 돌아서며 글로벌 시장이 다시 바짝 긴장하는 모양새다.

채현기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시장이 연준의 9월 금리 인상 가능성을 지나치게 낮게 보는 경향이 있어 연준 위원들이 매파적 메시지로 시장과 소통할 가능성이 크다"며 "이 경우 국내 증시가 높은 변동성에 노출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닷새 동안 이어지는 추석 연휴도 투자자들의 차익실현 욕구를 자극하는 요인이다.

장이 열리지 않는 연휴 기간에 예상치 못했던 대내외 악재가 돌출할 경우 연휴 이후 시장 대응이 어렵기 때문이다.

북한이 감행한 제5차 핵실험도 언제든 다시 불이 붙을 수 있는 악재로 꼽힌다.

최근 북한발 리스크는 점차 시장에서 영향력을 잃어가는 추세이긴 하지만, 한반도를 둘러싼 지정학적 위기가 고조될 경우 외국인 수급 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와 북핵 이슈는 코스피 하락 압력을 가중하는 변수"라며 "북한 관련 리스크 영향력은 최근 제한됐으나, 이번에는 중국과의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갈등이 있어 중국 소비주들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 "하락 변동성 경계해야" vs "9월 FOMC 이후 반등 가능성"

시장 전문가들은 대체로 코스피의 큰 변동성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2,000선을 하회하는 흐름을 염두에 둔 채 시장에 대응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이경민 연구원은 "이번 주 코스피가 2,000선을 계속 밑돌 수 있다"며 "단기 언더슈팅(과도한 하락)이 발생할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의 9월 금리 인상에 대한 시장 컨센서스 수준은 낮지만, ECB 정책 실망, 미국 경제지표 부진과 맞물리며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방어주 위주의 안전한 포트폴리오를 주문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배성영 현대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9월 금리인상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주도주의 단기 조정에 따른 충격은 전통적 방어주인 유틸리티 업종과 밸류에이션(평가가치) 매력이 있는 정유·화학으로 대응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배 연구원은 다만 "코스피 2,010선 이하에서는 저가 매수의 대응이 유효하다고 판단한다"며 "미국 금리인상이 단행돼도 증시에 미칠 영향은 제한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병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단기 변동성 국면이 예상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은행주로 대응 전략을 짜볼 수 있다"며 "연준이 연내 금리를 올릴 경우 이에 따른 수혜가 예상되는 은행주에 대한 관심은 당연한 귀결"이라고 말했다.

금리가 상승할 경우 은행의 주요 수입원인 대출과 예금 금리 차이(예대 마진)가 벌어지면서 수익성이 개선되는 게 보편적이다.

이 같은 증시 변동성은 9월 FOMC 이후 마무리될 것이란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배성영 연구원은 "시장은 추가 상승 시도를 위한 모멘텀 확인 과정을 필요로 하고 있다"며 "코스피는 단기적으로으로는 추석 연휴, 그 이후로는 FOMC까지 변수를 확인한 뒤 방향성을 재탐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환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미국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불안감은 인상 직전 극대화된다"며 "이번에도 조정 후 반등 시점을 염두에 두고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금리 인상 우려를 증폭시킬 만한 별다른 악재가 없어 9월 FOMC 이후 코스피는 다시 긍정적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낙관적인 전망을 했다.

(서울연합뉴스) 임수정 기자 sj997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