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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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미국 증시가 급락했다. 미 중앙은행(Fed) 위원들의 금리인상 지지 발언 때문이다. 미국의 연내 금리인상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연고점 수준에 올라선 한국 증시에 대한 고민도 커지고 있다.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9일(미국시간)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전날보다 2.13% 하락했다. S&P500지수와 나스닥 종합지수도 각각 2.45%와 2.54% 급락했다. 이는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브렉시트) 이후 최대 낙폭이다.

◆ 잇단 매파적 발언, 금리인상 우려 확산

에릭 로젠그렌 보스턴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지금까지 발표된 경제지표를 기반으로 볼 때 합리적인 근거들이 통화정책의 점진적인 정상화 지속을 가능케 한다"며 "금리인상이 장기간 지연될 경우 상업용 부동산 등 자산시장이 과열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니얼 타룰로 미 중앙은행 이사도 "연내 금리인상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발언했다. 다만 연내 금리인상을 위해서는 지속적인 물가상승에 대한 확신이 필요하다고 했다.

미 중앙은행 관계자들의 잇따른 매파적 발언에 시장 참여자들 사이에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걱정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최근 미국의 경제지표를 보면 9월 FOMC가 금리인상에 나설 근거는 충분하지 않다. FOMC는 국내총생산(GDP) 성장률과 고용, 물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 실업률은 4.9%로 기준금리를 올려도 충분한 수준이지만, 물가지표인 PCE 디플레이터 상승률은 1.6%에 머물러 목표 2%보다 낮다. 2분기 GDP도 1.1%로 하향 수정돼 3분기 GDP가 발표되는 다음달 28일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9월 금리인상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지기호 LIG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3분기 GDP 발표까지 기다리지 않고, 3분기 GDP가 3.4~3.7%로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미 중앙은행 위원들이 합세해 9월 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선제적으로 인상할 가능성도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9월 이후 11월과 12월 FOMC 회의를 두 번 남겨두게 되는데, 11월8일 미국 대통령 선거가 끼어 있어 이를 의식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 UBS, 신흥국 증시 보수적 대응 권고

이달 FOMC가 금리를 동결하면 12월 인상 가능성이 커지게 된다. UBS는 올 12월 미국 금리인상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고, 이는 외국인 자금 유출을 불러올 수 있어 신흥국 증시에 대한 방어적 전략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신흥국 증시의 주가수익비율(PER)이 12.5로, 장기 평균 10.9를 웃도는 것도 위험 요인으로 지목했다.

특히 미국 금리인상이 불러 올 달러 강세는 신흥국 증시에 부정적이다. 일반적으로 달러 강세는 유가하락 요인이고, 유가하락은 자원국이 많은 신흥국 경기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금융위기 이후 달러가 전월 대비 1% 상승할 때 유가는 약 4.3% 하락했다.

박정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9월 FOMC 이후 미국 금리와 달러 상승 구간이 나타나면 단기적이지만, 유가 하락의 움직임이 반복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지난해 경험에서 보듯이 미국의 금리인상이 중국에서의 자본 유출로 이어지고, 중국이 유동성에 대해 긴축적 태도를 취한다면 유가 하락폭이 더욱 커질 수 있다"며 "이는 다시 경기를 누르기 때문에, 9월 FOMC 이후 연말로 갈수록 중국의 대응이 시장의 뜨거운 감자가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한민수 한경닷컴 기자 hm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