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자산시장에서 자금의 대이동이 일어나고 있다.

2000년대 인기를 끌던 주식형 펀드에 매력을 느끼지 못한 투자자들이 상장지수펀드(ETF)와 대체투자 상품 등으로 빠르게 몰리고 있다.

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ETF 순자산은 5일 기준 23조6천962억원으로 작년 말보다 2조663억원 증가했다.

올해 6조9천820억원의 자금이 빠져나간 국내 주식형 펀드와 대조를 이룬다.

ETF 순자산은 2013년 말 19조4천217억원, 2014년 말 19조6천562억원, 작년 말 21조6천299억원 등으로 매년 증가추세다.

ETF는 코스피200지수 등 주가지수 흐름과 연동해 수익이 나도록 설계된 지수연동형 펀드로서 인덱스 펀드와 뮤추얼 펀드의 특성을 결합한 상품이다.

ETF는 인덱스 펀드와 달리 한국거래소에 상장돼 있어서 주식처럼 자유롭게 사고팔 수 있다는 차이점이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코스피가 박스권에 갇혀 있으면서 국내 주식형 펀드들이 좀처럼 성과를 내지 못하자 투자자들이 ETF, 그중에서도 인버스·레버리지 ETF로 몰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올해는 특히 단기 채권에 연동한 ETF 상품이나 주가가 하락하면 수익이 나는 인버스 ETF가 큰 인기를 끌었다.

최창규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코스피가 고점에 닿았다는 인식이 확산하자 주가가 내릴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해지면서 인버스 ETF로 자금이 많이 유입됐다"고 설명했다.

일례로 삼성자산운용의 코덱스(KODEX) 인버스 펀드에는 연초 이후 2조880억원이 몰렸다.

채권형인 'KBSTAR 단기통안채ETF'와 '삼성KODEX 단기채권PLUS ETF'에도 각각 3천억원이 넘는 자금이 들어왔다.

단기 채권에 투자하는 ETF가 인기를 끈 것은 중·장기 채권값이 떨어질 것이라는 불안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또 주식형 펀드의 대안으로 급부상한 한국형 헤지펀드(전문투자형 사모펀드)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한국형 헤지펀드 설정액은 지난달 12일 기준으로 6조원을 처음 돌파하고서 이달 5일 현재 6조2천646억원까지 불어났다.

이는 작년 말 3조4천억원과 비교해 8개월여 만에 3조원에 가까운 자금이 몰린 것이다.

현재 49개 운용사가 163개의 헤지펀드를 운용하고 있다.

연초 이후 헤지펀드 수익률을 보면 이달 6일 기준 파인밸류IPO플러스(종류S)가 16.53%로 가장 높고 뒤이어 피데스 신짜오 제1호(ClassC-S)가 12.28%, 타이거5 Combo 1호(클래스C-S)가 9.26%를 기록하고 있다.

제이씨에셋공모주1호(8.98%)와 알펜루트 몽블랑4807 멀티전략 제1호(종류 C-S)(8.48%)도 양호한 성과를 내고 있다.

최 연구원은 "헤지펀드 시장은 최근 토러스, 코리아에셋 등 증권사들까지 가세하고 있어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최근 부동산펀드도 자산가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대표적인 상품으로 꼽힌다.

올해 상반기 말 현재 부동산펀드의 순자산 규모는 40조1천억원, 펀드 수는 766개로 집계됐다.

부동산펀드 규모는 2006년(4조2천억원)과 비교해 10배 성장했고 펀드 수는 6배 늘어났다.

황규완 대신증권 연구원은 "과거 10년간 연평균 성장률은 부동산펀드가 24%인데 반해 전체 펀드는 6.4%에 불과했다"며 "전체 펀드에서 부동산펀드가 차지하는 비중도 2006년 말 1.7%에서 올해 6월 말 8.8%로 급격하게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서울연합뉴스) 김현정 기자 khj9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