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증시의 상승 흐름 속에서 주식형 펀드 환매 행진이 중단 없이 이어지고 있다.

7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7월 29일부터 지난 2일까지 상장지수펀드(ETF)를 제외한 국내·외 주식형 펀드에서 25거래일 연속으로 자금이 순유출됐다.

이 기간 전체 주식형 펀드에서 순유출된 자금은 총 2조1천830억원에 달한다.

이렇게 장기간 순유출이 이어진 것은 47일간 자금이 빠져나갔던 2013년 8∼11월 이후 2년10개월 만이다.

당시에는 2013년 8월 28일부터 같은 해 11월 7일까지 순유출이 이어져 7조3천421억원이 빠져나갔다.

주식형 펀드의 자금 이탈은 국내 주식형의 환매가 주도하는 양상이다.

국내 주식형 펀드에선 지난 7월 29일부터 25거래일 연속 환매가 이뤄져 총 1조9천193억원이 순유출됐다.

이 기간에 해외 주식형 펀드는 2천637억원 정도가 순유출됐고 지난달 5일, 29일, 30일에는 순유입을 기록하기도 했다.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도 이번과 같은 장기 순유출이 이어진 것은 2013년 8월 28일부터 그해 11월 4일까지 44거래일 연속 자금이 빠져나간 이후 처음이다.

당시 44거래일간의 누적 순유출 자금은 6조1천46억원에 달했다.

국내 주식형 펀드의 자금 이탈은 코스피가 상승세를 타면서 투자자들이 차익실현을 위해 펀드 해지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주식형 펀드에서 자금 순유출이 계속된 이번 기간에 코스피는 2,016.19(7월 29일·이하 종가 기준)에서 2,038.31(9월 2일)로 올랐다.

문수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주식형 펀드의 환매 행진은 코스피가 2,000 이상이면 환매하고 1,900선에서 자금이 유입되는 박스권 매매 패턴의 연장선상에 있다"면서 "7월 이후 코스피가 오르면서 환매 욕구가 커졌다"고 말했다.

2013년 하반기에도 코스피는 자금 순유출이 이어진 44거래일 동안 1,884.5(8월 28일)에서 2,025.2(11월 4일)까지 7.5% 상승했다.

국내 경기의 추세적 상승에 대한 확신이 부족하고 대체 투자 상품이 늘어난 것도 국내 주식형 펀드 환매 행진의 주요 이유라는 게 시장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김용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박스권 장세에서 학습효과만으로는 국내 주식형 펀드 자금 이탈 원인을 충분히 설명할 수 없다"면서 "국내 시장 참가자들이 국내 경기의 추세적 상승에 대한 확신이 없는 것도 주요 원인"이라고 말했다.

이재훈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국내 주식형 펀드의 수익률이 코스피200과 같은 벤치마크 수익률을 밑돌면서 나오는 일종의 '실망 환매'"라고 분석했다.

이 연구원은 "대형주 중심의 액티브 펀드를 대체하는 투자 상품이 많아지면서 환매가 이뤄지는 경향도 있다"면서 "상장지수펀드(ETF)와 같은 패시브 펀드, 절대수익을 추구하는 롱숏 펀드, 주가연계증권(ELS) 같은 파생금융상품, 배당주나 중소형주 관련 펀드가 그런 사례"라고 덧붙였다.

한편 전문가들은 코스피의 추세적 상승이 나타나지 않는 한 국내 주식형 펀드의 환매 행진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문 연구원은 "코스피가 2,100을 넘어 2,200으로 향하는 강한 상승 추세가 나타나지 않는다면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의 자금 이탈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2011년 당시 코스피가 사상 최고치 기록을 갈아치우면서 주식형 펀드에 새로운 자금이 들어왔다"면서 "박스권 돌파만으로는 부족하고 코스피의 사상 최고치 경신 등 의미있는 변화가 나타나야 환매가 중단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인상 가능성 등 불확실성이 남아 있어 코스피가 연내 고점을 돌파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김 연구원은 "미국 연준의 12월 기준금리 인하와 함께 완만한 정책 스탠스만 확인된다면 내년 중 코스피의 고점 돌파가 가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유현민 기자 hyunmin623@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