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하반기 증권사 취업 문은 여전히 '바늘구멍'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작년 증시 호조 속에 채용인원을 소폭 늘렸던 증권사들이 올해는 아직 채용 계획을 세우지도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증권사들의 하반기 전체 채용 규모는 많아야 250명 안팎에 그칠 전망이다.

이는 과거 증시 활황기에 증권사 한 곳이 뽑는 수준이다.

2005년 이후 한 번도 신입 공채를 거른 적이 없는 한국투자증권은 올해 100여 명의 신입 사원을 선발할 계획이다.

예년처럼 유상호 사장과 오너 경영인인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부회장이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등 주요 대학에서 개최하는 설명회에 직접 참석해 인재를 발굴할 예정이다.

신한금융투자는 현재 채용 절차를 진행 중인데 선발 규모는 작년 수준인 70여 명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미래에셋증권은 올해 경력직 58명을 뽑은 데 이어 이달 중으로 신입 20∼30명을 채용할 예정이다.

작년에는 신입 사원을 따로 뽑지 않았다.

삼성증권은 올 상반기에 두 자릿수의 신입 사원을 채용한 데 이어 하반기에 그룹 공채와 함께 신입 공채를 진행할 계획이다.

하나금융투자는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없지만 올해도 작년 수준(10명)의 채용을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나머지 증권사들은 올해 신입사원을 뽑을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작년에는 상반기 실적 호조를 바탕으로 모처럼 채용 문을 넓혔지만 올해 영업실적이 악화한 탓이다.

작년에 3년 만의 공채에 나섰던 대신증권은 올해 별도의 신입 공채를 진행할지 결정하지 못했다.

대신증권은 지난 6월 희망퇴직을 받아 90여 명의 직원이 회사를 떠났다.

희망퇴직을 놓고 노사 협의를 진행 중인 NH투자증권도 아직 신입 공채 계획을 정하지 않았다.

최근 활발히 진행된 증권사 간 인수·합병(M&A)은 대졸 신입 채용 여건에 부정적인 요소다.

업무 중복에 따른 인력 조정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NH투자증권의 경우 우리투자증권과 합병한 2014년부터 별도의 신입 공채를 하지 않았다.

올 11월 미래에셋대우와의 합병을 앞둔 미래에셋대우도 아직 하반기 신규 채용 여부를 결정하지 못했고, KB금융지주의 품에 안기게 된 현대증권 역시 채용 계획을 세우지 못했다.

현대증권은 작년 말 채용형 인턴사원을 공개 모집해 35명을 뽑은 바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2개의 회사가 합쳐지면 업무 중복 등으로 신규 수요가 필요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증권업계에서는 경력직 위주의 소규모 이동만 비교적 활발한 상태다.

메리츠종금증권은 2011년 이후 신입 정기 공채 없이 현업 부서의 필요에 따라 경력자 위주로 수시 채용만 진행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현재 증권사 임직원 수는 3만5천938명으로 직전 분기인 3월 말(3만6천235명)보다 297명 줄었다.

업계 관계자는 "증권업은 업황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며 "지금 같은 상황에서 신입 직원을 뽑는 것은 부담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장하나 기자 hanajja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