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정액 100억원 이상 국내 주식형펀드(액티브) 가운데 연초 이후 수익률이 가장 높은 펀드는 ‘유경PSG액티브밸류’ 펀드(12.32%)다. 솔브레인은 이 펀드가 지난 5월 말 기준 삼성전자(비중 8.13%) 다음으로 많이 보유한 종목(5.7%)이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공정용 화학재료를 생산하는 이 회사는 연초 이후 주가가 50% 넘게 오르며 펀드 수익률을 올리는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
액티브펀드 유경PSG 수익률 1위 만든 '숨은 공신'…반도체 식각액 독점 솔브레인, 주가 50%↑
◆식각액이 뭐길래…

솔브레인은 지난 26일 코스닥시장에서 전날보다 2.33% 떨어진 6만2800원에 장을 마쳤다. 최근 조정을 받고 있지만 연초(1월4일) 4만1600원이었던 주가는 꾸준히 상승세를 그리고 있다.

주가 상승의 배경은 양호한 실적 성장세다. 지난 2분기 매출은 1769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1.8% 늘었다. 영업이익은 276억원으로 같은 기간 21.6% 증가했다. 하반기에도 이 같은 추세를 이어가면 올해 매출 7200억원, 영업이익 1237억원이라는 사상 최대 실적을 낼 것으로 회사 측은 기대하고 있다. 11개 증권사가 목표 주가 컨센서스(평균 추정치)로 제시한 가격은 7만8818원이다.

솔브레인의 호실적은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공정용 화학재료인 식각액의 독점적인 시장 점유율에 기인한다. 식각액은 반도체 표면을 부식시켜 가공하는 화학약품이다. 반도체 식각액 시장에서 이 회사의 점유율은 지난해 기준 85%. 디스플레이 식각액 시장에서도 약 30%를 차지하고 있다.

주요 고객사는 삼성전자(37%) LG디스플레이(20%) SK하이닉스(12%) 등이다. 이들 업체가 생산량을 늘리면 늘릴수록 그에 비례해 솔브레인 매출도 늘어나는 구조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 등 든든한 대기업들을 고객사로 두고 있는 것이 최대 강점”이라며 “향후 신규 고객사가 늘어나면 추가적으로 실적 상승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설비 증설 검토 중”

삼성전자가 독점하고 있는 3D(3차원) 낸드플래시 시장의 경쟁이 가열되면 솔브레인이 수혜를 볼 것이라는 전망이다. 3D낸드는 메모리 반도체의 한 종류로 D램과 달리 전원이 꺼져도 데이터를 기억하기 때문에 스마트폰 등에서 동영상 음악 사진 등을 저장하는 데 쓰인다.

도현우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미국 마이크론이 연내 3D낸드 생산을 시작할 예정”이라며 “삼성전자가 독점하고 있던 고성능 고용량 낸드 시장에 경쟁자가 뛰어들면서 설비 증가 경쟁에 불이 붙으면 솔브레인 같은 재료 업체들이 수혜를 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더욱이 3D낸드는 다른 반도체 제품과 비교해 더 많은 식각액을 필요로 한다. 류영호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올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3D낸드 48단 공정에 들어간다”며 “기존 24단에서 32단, 48단으로 넘어갈수록 균일한 식각이 필요하기 때문에 식각액 수요가 크게 늘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반기에 삼성전자의 중국 시안 반도체 공장이 본격적으로 가동되는 것도 호재라는 분석이다.

회사는 고객사의 수요 증대에 맞춰 생산량을 단계적으로 늘려나갈 계획이다. 배성원 솔브레인 재무팀 차장은 “매년 적지 않은 금액을 꾸준히 투자해 대비하고 있다”며 “설비 증설 등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이현진 기자 ap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