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을 내서 주식을 사는 개인투자자들이 나날이 늘면서 '빚 투자' 규모가 8조원에 육박하고 있다.

26일 금융투자협회와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24일 기준 유가증권시장(코스피)과 코스닥시장의 신용거래융자 잔고 합계는 7조7천855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연중 최고치다.

신용융자 잔고는 주가 상승을 기대하고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주식을 매수한 금액이다.

올해 들어 꾸준히 우상향 곡선을 그리던 신용융자 잔고는 6월 중순부터 감소세로 돌아섰다가 6월29일 6조7천347억원으로 저점을 다진 뒤 다시 급증하고 있다.

잔고 증가세는 코스닥 시장이 이끌고 있다.

코스피 신용융자 잔고는 최근 3조2천억∼3조3천억원대를 유지하고 있는 반면에 코스닥 시장은 지난달 초 3조7천억원대에서 4조4천억원대로 급격히 불어났다.

특히 지난 18일에는 코스닥 신용융자 잔고가 4조4천149억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치를 갈아치우기도 했다.

이는 제약·화장품주를 중심으로 코스닥 시장이 상승 랠리를 펼쳤던 작년 수준을 이미 넘어선 것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저성장·저금리 기조의 고착화에 따른 구조적인 변화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김용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신용융자 잔고가 투기성을 바탕으로 일회성으로 증가한 게 아니라 2014년부터 우상향 흐름을 보이고 있다"며 "예전처럼 증시 버블 징후로 포착하기에는 시장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큰 틀에서 저성장·저금리 환경에 따른 가계 자산 배분 과정의 일환으로 분석된다"며 "개인 투자자들이 상대적으로 미래기술이나 테마 이슈가 많은 코스닥 시장과 중소형주에 관심을 집중하면서 벌어지는 하나의 과정으로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신용거래 비중이 큰 종목은 변동성이 크고, 지수가 하락할 때 매물 부담으로 주가 하락폭이 확대될 수 있으므로 투자에 주의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얘기다.

24일 기준으로 코스닥 종목 중에는 영우디에스피(15.62%), 피엔티(13.15%), 에스엠코어(12.30%), 와이엠씨(12.28%), 넥스턴(11.16%)의 신용융자 잔고율이 높다.

신용융자 잔고율은 상장 주식 수를 신용잔고 수량으로 나눠 계산한 수치다.

코스피 상장사 중에는 선도전기(10.13%), 에이엔피(9.73%), 유양디앤유(8.42%), 경인양행(8.18%), 동양물산(8.03%)의 신용 잔고 비중이 컸다.

김 연구원은 "신용융자 잔고 비율이 높은데 펀더멘털(기초여건)이 안 좋고 이슈성으로 치솟은 종목이면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며 "그런 종목은 수급이 왜곡되고 매도가 매도를 부르는 악순환이 벌어질 수 있으므로 조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서울연합뉴스) 장하나 기자 hanajja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