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롱쇼트펀드 투자 열풍을 주도한 ‘트러스톤 다이나믹코리아 펀드’가 그동안의 부진을 딛고 올해 수익률 1위로 올라섰다. 롱쇼트펀드는 성장성이 높거나 저평가돼 있는 종목을 사들이고 고평가 종목이나 지수 선물을 공매도하는 펀드를 일컫는다. 독립 자산운용사로서 견조한 성장가도를 달려온 트러스톤자산운용이 지난 2년간 수익률 하락에 따른 외부 자금 이탈로 ‘극심한 성장통’을 겪은 뒤 부활의 날갯짓을 하고 있다는 평가다.
트러스톤의 '진격'…올 롱쇼트펀드 수익률 1위
◆반전 계기는

23일 펀드평가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51개 롱쇼트펀드 가운데 ‘트러스톤다이나믹코리아50’은 연초 이후 수익률 3.99%로 1위에 올랐다. 롱쇼트펀드의 올해 평균 수익률이 -0.28%에 그친 것을 감안하면 꽤 선전했다는 평가다.

‘트러스톤다이나믹코리아’는 2013년 박스권 증시에서 주식형펀드가 1.23%의 평균 수익률에 그쳤을 때 13%에 가까운 수익률을 거두면서 1조원 가까운 자금을 끌어모을 정도로 선풍을 일으켰다. 하지만 이듬해 책임 매니저가 경쟁사로 이직하고 시장 흐름이 투자 포트폴리오와 엇박자를 내는 등 악재가 겹치면서 지난해 말 펀드 설정액(2000억원)이 전성기의 5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반전은 지난해 황성택 대표가 최영철 이사를 마이다스에셋운용에서 영입, 포트폴리오를 전면 손질하면서 시작됐다. 최 이사는 “연초 시장 변동성이 커지면서 대부분 롱쇼트펀드가 지수 선물을 공매도해 손실을 봤지만 우리는 시장 급등락에 민첩하게 대응한 덕분에 소폭 수익을 냈다”며 “또 최근 상승장에서는 그동안 비중을 늘린 삼성전자와 대형 가치주가 수익률 상승에 일조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연말까지 대형주 상승 국면이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며 “투자자의 신뢰를 다시 얻기 위해 최대한 변동성을 줄이면서 절대수익을 추구하는 전략을 펼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흐름에 힘입어 트러스톤의 롱쇼트펀드에 다시 자금이 들어오기 시작했다는 전언이다.

◆사모 헤지펀드에도 재도전

트러스톤은 공모형 롱쇼트펀드 부활과 함께 회사 차원의 새로운 성장전략을 적극 모색하고 있다. 우선 한국형 헤지펀드(전문투자형 사모펀드) 시장의 강자로 자리매김한다는 목표 아래 기존 헤지펀드 운용 조직을 별도 법인으로 떼어내 헤지펀드 특화 운용사로 키울 방침이다. 이를 위해 헤지펀드를 운용할 매니저 5명을 외부에서 영입해 새롭게 조직을 정비했다.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등에서 법인 설립을 위한 승인 절차를 밟는 대로 이르면 10월께 본격적으로 영업을 시작할 계획이다. 신규 펀드는 기관 자금을 받아 300억원가량 규모로 설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성원 트러스톤자산운용 부사장은 “주식 롱쇼트 전략에만 그치지 않고, 다양한 전략을 구사할 수 있도록 메자닌 투자, 파생상품 등 각 분야 전문가들을 영입했다”며 “기존 공모형 펀드와 달리 별도의 성과보수 체계를 적용해 독립된 운용 조직으로 안정적인 성과를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러스톤자산운용은 2013년 롱쇼트펀드의 성공적인 운용을 발판으로 같은 해 7월 한국형 헤지펀드 시장에 ‘후발주자’로 진출, 고수익을 거두면서 단숨에 2000억원이 넘는 기관 자금을 끌어모으는 기염을 토했다. 하지만 롱쇼트펀드와 마찬가지로 잦은 매니저 교체와 수익률 부진이란 악순환에 빠지면서 2300억원이 넘었던 1호 펀드(트러스톤탑건코리아롱숏) 설정액이 40억원까지 급감하면서 결국 지난달 청산하는 시련을 겪었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