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 '찔끔' 오를때 '껑충' 뛴 원화가치
지난달 원화 가치 절상률이 세계 주요 27개국 가운데 1위를 기록했다. 미국의 금리 인상이 지연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원화의 실질 가치가 급격히 올라갔다.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수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22일 국제결제은행(BIS)이 매월 발표하는 국가별 실질실효환율 집계에 따르면 한국의 지난달 실질실효환율(2010년=100)은 116.93으로 전월보다 2.64% 올랐다. 미국과 일본 영국 독일 등 주요 27개국 중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실질실효환율은 주요 국가의 물가와 교역 비중을 적용해 각국 통화의 실질적 가치를 보여주는 지표다.

한국에 이어 호주가 2.60% 올라 2위를 차지했고, 일본(1.68%)과 뉴질랜드(1.58%) 홍콩(1.17%) 등이 뒤를 이었다. 한국의 지난달 실질실효환율은 작년 12월 119.21을 기록한 이래 올 들어 가장 높은 수준이다.

베네수엘라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신흥국까지 포함해 61개국을 기준으로 산출한 한국의 실질실효환율은 지난달 110.2로 6월(107.4)보다 2.60% 올랐다. 전체 7위에 해당하는 상승률이다.

베네수엘라가 9.99%로 1위를 기록했고, 남아공(6.81%) 브라질(6.17%) 칠레(3.92%) 러시아(3.11%) 등의 순으로 상승폭이 컸다.

원화 가치가 급격히 절상된 것은 미국 중앙은행(Fed)의 추가 금리 인상 시기가 늦춰질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국제 신용평가회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최근 한국 신용등급을 역대 최고인 ‘AA’로 상향 조정하면서 외국인 자금이 대거 유입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6일 원·달러 환율은 달러당 1092원20전으로 마감하며 14개월여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하기도 했다.

원화 가치 상승은 수출 기업엔 악재다. 수출하는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지난달 한국의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0.2% 감소했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