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롯데가 투자 수요 부족으로 잠정 중단한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임차보증금 유동화를 다시 추진한다.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호텔롯데는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임차보증금을 기초자산으로 총 5921억원을 조달하기로 하고 투자자를 모집 중이다.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을 발행하는 방식과 자산유동화대출(ABL)을 받는 방식으로 조달할 계획이다. 앞으로 4년 동안 연 2.3% 수준의 금융비용을 부담하는 구조로 다음달 초까지 자금 조달을 마칠 계획이다. ABCP와 ABL은 특정 자산을 담보로 발행하는 단기증권과 대출을 말한다.

유동화 기초자산은 호텔롯데가 작년 2월 인천국제공항 3기(2015~2020년) 면세점 운영 사업자로 선정되면서 낸 임차보증금 5921억원이다. 면세점 임대차 계약이 끝나는 시점에 돌려받을 돈을 유동화해 미리 현금을 확보하는 방식이다. 호텔롯데는 검찰이 지난 6월 신동빈 회장 등 롯데그룹 오너 일가의 비자금 조성 의혹 수사에 들어가면서 공모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공모 자금을 받으려면 투자자 보호를 위해 금융감독원에 제출하는 증권신고서에 검찰 수사 내용을 상세히 기재해야 하는데, 롯데가 수사 상황을 파악하기 어려워서다.

롯데는 지난달에도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임차보증금 유동화를 시도했으나 투자자를 찾기 어려워 발행을 잠정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시적으로 부족한 자금은 상대적으로 발행 절차가 간단한 기업어음(CP)으로 해소했다.

단기 자금 조달 수단인 CP 발행만으로는 재무 안정성을 유지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롯데가 다시 면세점 임차보증금 유동화에 나선 것으로 IB업계는 파악하고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지난달에는 대다수 기관투자가가 ‘검찰 수사를 지켜보자’는 판단에 호텔롯데의 면세점 임차보증금 유동화에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시간이 흐르면서 확실한 담보가 있는 호텔롯데의 연 2%대 금리 유동화 상품에 매력을 느끼는 기관투자가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