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키리칼레 복합화력발전소 건설현장.
터키 키리칼레 복합화력발전소 건설현장.
국토교통부는 건설정책국 주도로 2009년 글로벌인프라펀드(GIF)를 처음 조성했다. 해외건설 프로젝트에 ‘묻지마 단순도급’ 위주로만 참여해 수익을 내지 못하는 국내 건설업체의 체질 개선을 위해서였다. 해외건설 투자에 소극적인 금융권의 출자와 대출을 유도하기 위한 궁여지책 성격도 있었다. 그동안 GIF 수익률이 공개되지 않아 이를 두고 각계에서 ‘손실을 보고 있는 게 아니냐’는 등 추측이 무성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사업 발굴부터 제안, 협상 및 금융투자를 설계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며 “미약하지만 조금씩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7년 만에 나온 GIF 첫 성과

7년 만에 수익 내기 시작한 GIF…'금융투자'형 해외건설 성과
GIF 1호가 4000만달러를 투자한 터키 키리칼레 LNG복합화력발전소(총사업비 10억달러)는 수도 앙카라에서 50㎞ 떨어져 있다. 삼성물산이 지난해 초 착공해 내년 7월부터 30년간 운영할 예정이다. 여기서 나오는 전기 요금 수익을 투자자에게 돌려주는 사업 구조다. GIF 1호는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정부펀드와 손잡고 후순위 대출(총사업비 15%)로 참여했다.

GIF 1호는 올해부터 17년간 1년에 두 번(5·10월) 배당받는다. 국토부와 한국수자원공사 LH(한국토지주택공사) 등 6개 산하 공기업, 우리은행 등은 이번에 GIF에 투자한 비율대로 22억여원을 나눠 가졌다.

변수는 환율이다. 지난해 펀드 설정 뒤 자금이 본격적으로 투입된 올 1분기 22억원의 운용수익을 냈으나 같은 금액만큼 환손실을 봤다. 이 기간 12억여원의 순손실을 냈다. 2분기엔 반대로 4억원의 환차익을 봐 17억여원의 당기순이익을 냈다. 결과적으로 2분기에 달러 기준 기간수익 4.75%, 연 환산 기준 약 13% 수익을 달성했다. KDB인프라 관계자는 “상반기 누적 수익률은 연 환산 1.9%에 머물렀으나 이 수익률은 미실현 환손실이 반영된 것”이라며 “환율 변화에 따라 수익률이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향후 전력 수요 감소, 터키 정세 불안 등에 따라 ‘깡통’ 펀드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돌발상황 시 원금과 특정 수익을 보장받을 수 있는 안전장치를 마련해 놨다”고 설명했다.

◆세계은행 보증 통해 안전성 제고

GIF 2호 펀드는 파키스탄 수력발전에 전환사채 390억원을 투자했다.

대우건설이 파키스탄 카슈미르주 무자파라바드시에서 올 12월 준공 예정인 이 수력발전소 사업엔 수자원공사가 30년간 운영주체로, 대우건설은 설계·시공사로, GIF 2호는 투자자(총 1억9000만달러)로 참여하고 있다. 단순 도급공사가 아니라 건설·투자·운영 수익을 장기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게 국토부 설명이다.

이 사업 주주(GIF·대우건설·한국수자원공사)엔 연 17% 수익률을 파키스탄 정부가 보장하는 것으로 돼 있다. 이를 지키지 못할 때에 대비해 국토부는 세계은행 국제투자보증기구(MIGA)의 보증을 받아놨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