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김지영 씨(35)는 4년 전 투자했던 삼성그룹주펀드 계좌를 열어보고는 크게 실망했다. 삼성전자가 사상 최고가를 찍었다는 소식에 손실 상태인 원금이 어느 정도 회복됐을 것으로 기대했는데 여전히 마이너스 수익률에 머물러 있었다.

삼성전자 랠리 속에서도 삼성그룹주펀드들의 수익률이 신통치 않아 투자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포트폴리오에 담고 있는 삼성그룹 관련주 16개 가운데 삼성전자, 삼성카드 등 일부 종목을 제외하면 대부분 주가 움직임이 저조해 삼성전자만으로 펀드 수익률을 끌어올리기에 역부족이었다는 분석이다.
우울한 삼성그룹주펀드에 '볕들 날' 올까
◆삼성전자는 30% 뛰었는데

19일 펀드평가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27개 삼성그룹주펀드가 거둔 연초 이후 수익률은 평균 0.72%다. 지난 18일 연중 최고점(2055.47)을 찍고 올 들어 4.8% 오른 코스피지수를 4%포인트 밑돌았다. 삼성그룹주펀드들이 포트폴리오의 15%가량을 채우고 있는 삼성전자 주가 상승률(30.16%)을 감안할 때 펀드 성과는 크게 저조하다.

삼성전자와 달리 대부분 종목이 올 들어 실적 부진을 겪고 지배구조 개편 작업에 따른 불확실성이 커져 주가가 줄줄이 하락했다는 게 전문가 분석이다. 삼성그룹주펀드 중 가장 몸집이 큰 ‘한국투자삼성그룹적립식’의 주요 편입 종목들을 살펴보면 올 들어 지난 18일까지 삼성화재(-9.59%), 삼성전기(-2.54%), 삼성생명(-1.82%), 삼성증권(-8.50%), 삼성에스디에스(-31.30%) 등 대부분 내림세를 보였다.

이 펀드를 굴리는 김효찬 한국투신운용 책임매니저는 “사업 연관성이 높아 삼성전자가 좋아지면 삼성SDI, 삼성전기 등 다른 정보기술(IT) 계열사로 실적개선 효과가 확산된다”며 “최근 삼성전자 실적과 주가가 먼저 올라간 것일 뿐 연말로 가면 다른 계열사들도 실적이 개선되면서 동반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지배구조 개편에 주가 ‘꿈틀’

올 들어 삼성그룹펀드 투자자와 매니저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은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작업이다. 지난 18일 삼성전자(4.73%)는 물론 삼성생명(6.83%), 삼성물산(4.93%) 등이 동반 강세를 보여 펀드 수익률이 하루 새 2.64% 뛰어올랐다.

삼성생명이 삼성화재의 삼성증권 지분 매입을 결정했다는 소식에 금융지주회사 전환 기대감이 부각되면서 관련주들이 꿈틀댔다. 하지만 지주회사 전환을 결정했다고 보기에는 삼성전자 지분 매각이나 순환출자고리 해소 등의 문제가 남아 있어 성급한 판단을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들이 잇따르면서 19일 전날 상승분을 모두 반납했다.

상반기만 하더라도 지배구조 이벤트가 주주들에게 불리하다는 의견이 우세해 주가가 약세를 면치 못했다. 하지만 하반기부터는 주주친화정책을 강화하면서 지배구조 개편이 이뤄져 삼성그룹주들의 기업가치 개선 속도가 빨라질 것이란 전망이다.

노효종 IBK자산운용 매니저는 “IT업황의 실적 개선과 달리 지분매각, 분할 등 지배구조 개편 작업은 예측이 어렵다”며 “다만 장기적 관점에서 삼성그룹주펀드의 수익 개선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