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2대 증권시장인 선전증시와 홍콩증시 간 교차거래를 허용하는 선강퉁(深港通)이 승인됐다. 리커창 중국 총리는 16일 국무원 상무회의에서 선강퉁을 시행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리 총리는 “상하이와 홍콩증시 간 교차거래인 ‘후강퉁’의 성공적인 기초 위에 선강퉁을 시행하게 됐다”며 “중국 자본시장의 법제화, 시장화, 국제화를 상징하는 등 여러 방면에서 긍정적인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선강퉁이 시행되면 선전 증시에 상장된 505개 종목과 홍콩증시에 올라 있는 218개 종목의 교차거래가 가능하다.

후강퉁에 이어 중국 A주(내국인 전용주식) 시장의 70%가 한국 등 해외 투자자들에게 개방된다는 의미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정확히 언제 선강퉁이 시행될지는 불확실하지만 홍콩증시에서는 연말께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1990년 12월 설립된 선전거래소에는 이른바 ‘신경제’ 주식으로 불리는 정보기술(IT), 바이오, 의료기기 및 서비스업종 등의 주식이 상장돼 있다. 상하이거래소가 4대 은행을 포함한 대형 국유기업, 민영 대기업 위주의 시장인 점과 다르다. ‘중국판 나스닥’ ‘중국의 코스닥’이라는 별칭을 갖게 된 이유다. 일반 상장회사뿐만 아니라 상장 자격요건을 완화한 중소기업 부문(중소판·SEM)과 벤처기업 부문(차이넥스트)으로 세분화돼 있다.

선전거래소에서 거래되는 주식의 전체 시가총액은 19조위안(약 3100조원)으로 상하이거래소(27조위안)보다는 작다. 하지만 상장기업 수는 1761개로 상하이(1092개)를 크게 웃돈다. 거래 대금도 지난해 상하이를 추월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중국 당국이 선강퉁을 이용할 때 하루 투자 한도에 제한을 두더라도 투자총액은 규제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전했다.

선강퉁은 지난해 승인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지만 중국 증시가 급등락을 반복하는 등 변동성이 심해지면서 결정이 늦춰졌다.

증권가에서는 선강퉁 시행으로 선전거래소에 상장된 고성장주가 투자자의 주목을 받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최홍매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중국 정부가 신성장동력으로 추진 중인 전기차, 헬스케어, 바이오, 미디어 관련 기업이 많은 것이 선강퉁의 강점”이라고 했다.

세계 최대 전기자동차 업체인 비야디(BYD)와 애니메이션 업체 알파애니메이션, 헬스케어 전문기업 아이얼안과 등이 주목받는 종목이다. 완다시네마(영화체인 및 배급업체), 러에코(동영상 스트리밍 및 스마트기기 제조업체) 등도 눈에 띄는 선강퉁 상장 기업이다.

한국 증권사들의 선강퉁 투자 준비도 가속화될 전망이다. 국내 후강퉁 거래 점유율 80%를 차지하는 삼성증권과 유안타증권이 준비에 적극적이다. 중국 최대 증권사인 중신증권과 제휴를 맺은 삼성증권은 프라이빗뱅커(PB) 등 직원들을 선전에 파견해 현지에서 종목을 분석하고 있다. 유안타증권은 투자 유망 100개 기업을 선정해 보고서를 발간할 계획이다.

박종서/윤정현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