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16일 8거래일 만에 상승 행진을 접으면서 주식시장이 향후 진로를 어떻게 잡을지 주목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좀 더 오를 여력이 있긴 하지만 대내외 환경을 고려할 때 온전한 박스권 탈피까지 기대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2.71포인트(0.13%) 내린 2,047.76으로 장을 마감했다.

이로써 지난 8일부터 12일까지 닷새 내내 이어온 연고점(종가 기준) 경신 행진을 중단했다.

높아진 지수가 부담으로 작용하고 차익실현 매물 압박이 거세진 영향이다.

그러나 추가 상승 동력이 아직 남아 있다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상승세를 뒷받침한 증시 주변 환경이 특별히 달라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최근 코스피의 상승세는 무엇보다 글로벌 금융시장의 자금 흐름과 맞물려 이뤄졌다.

지난 6월23일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투표 이후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정책금리 인상에 대한 시장 공포가 완화된 가운데 글로벌 머니가 유럽을 빠져나와 신흥시장과 미국 등으로 움직이는 추세를 보였고 코스피도 그 수혜를 본 것이다.

15일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도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 나스닥 지수 등 주요 3대 지수가 지난 11일에 이어 종가 기준으로 사상 최고치를 일제히 경신하는 등 랠리를 이어가고 있다.

코스피 시장에서 7월 이후 5조원 이상의 순매수세를 보인 외국인 자금의 움직임도 글로벌 머니무브의 맥락에서 진행됐다.

특히 한국은 상장기업의 올해 2분기 실적이 상대적으로 호조세를 보이면서 글로벌 투자자의 주목을 더 받은 측면이 있었다.

오현석 삼성증권 투자전략센터장은 "글로벌 유동성이 미국과 신흥시장으로 흘러드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며 "최근 대내외 증시 여건을 보면 코스피가 2,100선까지는 갈 여력이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코스피가 이날 7거래일 연속 상승에 따른 부담으로 주춤했지만 추가 상승 여력은 있다는 진단인 것이다.

김학균 미래에셋대우 투자전략팀장은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가 있는 9월이 변곡점이 될 수 있지만 이번 달에는 국내 증시에 악재가 될 요소가 별로 없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도 "최근 몇년간의 박스권 상단인 2,100-2,150선까지 가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상승세가 이어지더라도 박스권에서 완전히 벗어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오현석 삼성증권 센터장은 "최근 상승세가 시장 자생력에 의한 것이 아닌 만큼 박스권을 돌파할 상황은 아닌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일각에선 최근의 상승장이 외국인 주도의 매수세에서 동력을 얻은 만큼 투자자들은 외국인이 변심할 경우 급락장세로 바뀔 수 있는 점을 항상 염두에 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시장 전문가들은 지수의 흐름에 투자하기보다는 종목별 옥석 가리기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조언한다.

김용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지수 흐름이 지지부진하게 움직이더라도 가격 조정이 나타날 가능성은 거의 없는 상황"이라며 "인덱스(지수)가 2,100까지 오르더라도 현 시점에서 인덱스 투자의 수익률은 크지 않다"고 진단했다.

이종우 IBK투자증권 센터장은 "지금은 어떤 종목을 사느냐가 중요한 시기"라며 현대중공업이나 은행주처럼 실적이 개선되는 종목을 저가에 살 것을 권했다.

(서울연합뉴스) 경수현 기자 ev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