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행동주의 헤지펀드인 밸류액트(ValueAct)가 모건스탠리의 지분 약 2%를 10억 달러에 확보한 것으로 밝혀졌다고 파이낸셜 타임스(FT)가 16일 보도했다.

밸류액트는 여러 미국 기업에 투자하면서 경영진 교체를 요구하거나 인수·합병(M&A)을 추진토록 영향력을 행사해온 곳이다.

모건스탠리의 지분을 확보함에 따라 이 회사의 경영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밸류액트는 이미 모건스탠리 경영진과의 면담에서 자산관리와 자문서비스 등 유망한 사업부문에 더 많은 시간과 자원을 투자할 것을 요구했고 경영진으로부터 긍정적 답변을 들은 것으로 알려졌다.

모건스탠리의 제임스 고먼 CEO는 위축되고 있는 채권 트레이딩 사업을 축소하는 등 사업 다각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밸류액트의 창업자인 제프 우벤은 FT 인터뷰에서 "우리는 고먼을 전적으로 지지하며 지난 6년간 그의 리더십에 감명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밸류액트는 최근 투자자들에게 분기별로 보내는 서한에서도 모건스탠리의 채권 트레이딩 업무에만 관심을 쏟는 투자자들은 나무만을 보고 숲을 놓치는 것이라며 이 회사의 주가는 저평가돼 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밸류액트가 모건스탠리에 투자한 것은 이 은행의 여타 사업부문은 여전히 수익 창출 측면에서 유망하다고 보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향후 이익의 주주 환원이나 투자를 늘릴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투자를 결정한 배경으로 보인다.

고먼 CEO는 지난 1월 채권 트레이딩 사업의 수익성을 개선하려는 노력은 실패했다고 말하고 이 부문의 자산과 인력을 축소할 추가 조치를 취할 것을 다짐한 바 있다.

시장 규제가 계속 강화된 영향으로 사업 재편이 용이하지 않음을 시인한 셈이다.

모건스탠리는 고먼 CEO의 주도하에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자산 및 투자 관리 사업에서 안정적인 수익을 내 주식 사업부의 부침을 상쇄하는 '균형적' 사업 모델을 추진하고 있다.

모건스탠리는 채권 트레이딩 사업의 실적이 예상보다 호전돼 1분기에 6.2%였던 자기자본수익률(ROE)을 2분기에는 8.3%로 끌어올릴 수 있었다.

회사측은 올해 말에는 이를 9∼11%로 올릴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밸류액트는 행동주의 헤지펀드 가운데서는 공격성이 덜한 그룹에 속한다.

공개적으로 기업 경영진이나 이사회에 압박을 가하지 않고 비공식적인 접촉을 선호하고 있다.

공격성이 강한 행동주의 헤지펀드는 미국 은행들을 상대로 경영진 교체를 압박해왔지만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한 실정이다.

행동주의 투자자인 대니얼 롭이 이끄는 서드포인트는 2012년 모건스탠리의 지분을 취득했지만 주가가 급등하자 불과 수개월 만에 이를 팔아치운 전례가 있다.

(서울연합뉴스) 문정식 기자 jsmo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