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투자증권 매각 작업이 안갯속에 빠졌다.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그룹은 하이투자증권 지분(85.3%)을 연내 매각하기 위해 지난 7월 중순부터 투자안내서를 발송했다. 하지만 인수 의사를 표명한 곳이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이달 2일 정부가 초대형 투자은행(IB) 육성방안을 내놓았을 때만 해도 하이투자증권 매각작업이 급물살을 탈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았다.

자기자본 4조 원을 넘는 투자은행에 1년 이내 만기 어음의 발행 업무를 허용하는 등 대형 증권사에 정책적 혜택을 주는 내용을 초대형 IB 육성방안이 담고 있기 때문이다. 이후 시장 관심은 3조원대 자기자본을 가진 한국투자증권과 삼성증권에 자연스럽게 집중됐다. 자기자본 7000억 원대인 하이투자증권을 5000억~6000억 원(시장 예상가)에 인수하면 쉽게 4조 원대 자기자본을 갖춘 증권사가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당초 하이투자증권 인수에 관심이 없다던 한국투자증권이 먼저 자기자본 확대를 위한 여러 방안의 하나로 하이투자증권 인수를 검토 중이라고 공시하는 등 초대형 IB 육성방안이 발표된 뒤 기존 입장에 미세한 변화를 보였다.

다만 검토 중인 하나의 방안일 뿐이라며 인수의지를 내비친 것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삼성증권은 하이투자증권 인수에 관심이 없다는 태도를 고수하고 있는 분위기다.

이 밖에 인수후보로 거론되던 다른 증권사들도 후보군에서 빠지고 있다. 현대증권과 합병을 앞둔 KB투자증권은 증권사 추가 인수에 여력이 없다는 입장이다. 유력 후보로 꼽혔던 메리츠종금증권은 인수 의향을 접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5000억 원 규모로 유상증자를 결정한 신한금융투자도 하이투자증권 인수에 관심이 없다고 밝히고 있다.

증권사들이 하이투자증권 인수에 소극적인 것은 초대형 IB 육성방안에 따른 혜택이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은 데다 하이투자증권의 차별화된 장점을 찾기도 어렵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국내 사모펀드(PEF)도 인수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이런 분위기로 볼 때 하이투자증권 인수 후보군은 한국투자증권과 국내 PEF 정도로 좁혀질 가능성이 있다. 업계에선 하이투자증권 매각작업이 장기화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