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관세 폭탄'에 싸늘해진 철강주
미국의 한국산 철강제품에 대한 ‘관세 폭탄’에 국내 철강주가 출렁였다. 미국 대선을 앞두고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화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오면서다. 다만 업체 실적에 직접적으로 끼치는 영향이 크지 않고 향후 중국발 공급 과잉 해소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포스코는 8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전거래일보다 3.39% 하락한 21만4000원에 장을 마쳤다. 현대제철도 3.54% 하락한 4만7750원을 기록했다. 동국제강(-3.6%) 동부제철(-0.96%) 한일철강(-5.25%) 하이스틸(-2.49%) 등 다른 철강회사 주가도 함께 떨어졌다.

지난 7일 미국 정부가 한국산 열연강판에 고율의 반덤핑·상계관세율을 부과한 것이 투자심리를 끌어내렸다는 분석이다. 미국 상무부는 포스코의 열연강판에 반덤핑 관세율 3.89%, 상계관세율 57.04%를 적용했고 현대제철 제품에는 반덤핑 9.49%, 상계 3.89%를 부과했다. 냉연강판(최대 58.4%·포스코 기준)과 도금강판(최대 49%·현대제철 기준)이 ‘관세 폭탄’을 맞은 지 한 달도 안 돼 벌어진 일이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의 최종 결정이 남아 있지만 원안대로 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는 분위기다.

이처럼 미국의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되면서 국내 업체의 가격경쟁력 약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열연강판은 미국에 수출하는 한국산 철강제품 중 가장 큰 비중(28%)을 차지한다. 최근 똑같이 반덤핑 관세를 얻어맞은 중국 일본 러시아 등도 같은 처지다. 업계에선 미국으로 수출되는 철강제품이 동아시아로 유입돼 가격 하락을 유발할 가능성도 점치고 있다. 백재승 삼성증권 연구원은 “동아시아 시장에서 공급 물량 확대로 가격 하락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크게 우려되는 부분”이라며 “단기적으로 국내 철강업체에 대한 투자심리를 약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조치가 개별 철강업체 실적에 주는 충격은 미미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포스코와 현대제철이 미국에 수출한 열연강판은 85만t과 30만t이다. 이를 통해 거둬들인 매출은 포스코 약 5000억원, 현대제철이 약 1700억원이다. 양사 연매출의 3%도 안 되는 규모다. 변종만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가장 영향을 많이 받을 포스코도 대체 판매지역과 자가소비를 늘리면 연간 영업이익은 400억~500억원 감소하는 데 그칠 것”이라고 말했다.

장기적 관점에선 강력해진 보호무역주의가 공급 과잉 진원지인 중국의 철강산업 구조조정을 촉발시키는 효과를 낳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이 경우 한국업체는 수혜를 입을 수도 있다. 중국 정부는 앞으로 5년간 조강능력을 1억~1억5000만t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상태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