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결정 충격 이후 신흥국 주식시장이 거침없는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브라질, 인도는 물론 인도네시아, 태국 등의 주가지수가 이달 들어 일제히 연중 최고점을 찍었다. 주식 등 위험자산 선호 확대로 선진국으로 몰리던 자금이 신흥국으로 대거 이동하면서다. 쉼 없는 랠리로 잠시 숨을 고르는 장세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지만 성장성이 돋보이는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아시아 증시는 연말까지 상승 흐름을 지속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거침없는 신흥국 랠리…'VIPs' 전성시대
◆왜 이렇게 많이 올랐나

7일 펀드평가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브라질펀드는 올 들어 45.48%의 수익률을 거뒀다. 해외 주식형펀드 가운데 가장 돋보이는 성적이다. 뒤를 이어 러시아펀드(17.55%) 신흥아시아펀드(11.85%) 등도 두 자릿수 수익률을 올렸다. 반면 북미(-0.35%) 일본(-1.546%) 유럽(-6.38%) 등 선진국펀드는 마이너스 상태다.

대세를 판가름한 것은 자금 흐름의 역전이다. 7월 중순 이후 글로벌펀드 자금 흐름을 보면 신흥국으로 52억달러가 순유입됐지만 선진국에서는 170억달러가 순유출될 정도로 대조적이다. 브렉시트로 실물 경제에 미칠 충격이 신흥국보다 선진국이 더 클 것이라는 시장 전망이 신흥국 증시 상승을 이끌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올 들어 지난 4일까지 신흥국 주요 지수 상승률을 살펴보면 브라질 보베스파(32.86%), 러시아 RTS(22.42%),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종합(17.0%), 베트남 VN(9.14%), 인도 센섹스(6.11%) 등이 6~32%씩 뛰어올랐다. 선진국 증시와 비교해 신흥국 주식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이 저평가 상태인 데다 선진국 대비 높은 경제성장률이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신흥국 내에서도 차별화

전문가 사이에서는 신흥국 증시의 악재인 미국 금리 인상에 대한 우려가 낮은 상황이어서 신흥국 주식형펀드로 자금 유입이 이어질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김영환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내년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보면 신흥국이 선진국보다 양호하다”며 “주요 신흥국의 성장성이 주목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신흥국 주식시장이 단기 급등한 만큼 일부 조정 국면은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김영일 대신증권 연구원은 “현재 신흥국 증시의 주가수익비율(PER)은 12.2배로 최근 2년간 최고치인 12.5배에 근접했다”며 “최근 3개월간 신흥국 자금 유입을 보면 단기 투자 성격이 강한 상장지수펀드(ETF)가 많고, 과거 경험상 8월에는 신흥국 ETF로 들어가는 자금 유입 강도가 약한 점을 고려할 때 상승세가 둔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신흥국 가운데 재정 건전성이 높고, 경기 반등이 기대되는 신흥 아시아 주식은 비중을 높일 만하다는 진단이다. 인도네시아, 인도, 베트남 등이 유망 투자 지역으로 꼽혔다. 강현철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안정적인 내수 경제와 신정부의 구조조정 기대를 기반으로 올 들어 외국인 매수세가 두드러지고 있다”며 “아세안 국가 중 인도네시아의 상승세가 가장 돋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한금융투자는 인도네시아와 함께 인도 주식에 대한 비중 확대 의견을 제시했다. 신성인 연구원은 “인도는 올해 성장률 전망치가 7.4%로 높은 데다 중앙은행 총재 교체로 금리 인하 기대도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중순 이후 숨고르기를 하고 있는 베트남 주식 역시 내수 성장세에 힘입어 추가 상승을 기대해볼 만하다는 설명이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