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조선 수주잔량 3위 국가로 밀릴 위기에 놓였다. 1981년 스페인을 앞지르고 2위에 올라선 이후 35년 만이다. 조선업계에서는 올해 일본이 수주잔량 기준 한국을 앞지를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5일 영국 조선·해운 분석기관인 클락슨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한국 조선 수주잔량은 2387만CGT(표준환산톤수)로, 중국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3위 일본(2213만CGT)보다 174만CGT 많은 수준이다. 6월 말까지만 해도 한국과 일본의 수주잔량은 303만CGT 차이가 났지만, 한 달 만에 차이가 절반 정도로 줄어들었다.
위기의 한국 조선…2위 자리도 뺏길 판
이 추세가 이어지면 9월 말이나 10월 말 한·일 수주잔량 순위가 뒤집힐 가능성이 높다. 한국과 일본이 앞으로 매달 같은 규모의 수주를 따낸다고 하더라도 12월께는 순위가 뒤집힐 것이라고 업계 관계자는 분석했다.

한국이 수주잔량 기준에서도 일본에 밀리게 된 것은 신규 수주량 감소와 생산설비 과잉 때문으로 분석된다. 한국은 올 들어 85만CGT 규모의 선박을 수주했다. 중국(273만CGT)의 30% 수준에 그쳤고, 일본(95만CGT)에도 밀렸다. 반면 올해 월평균 인도량(생산량)은 한국(105만CGT), 중국(90만CGT), 일본(61만CGT) 순이었다.

궁극적으로는 조선산업 구조조정이 지지부진한 결과라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지난 6월8일 산업·기업 구조조정 추진 방안을 발표한 이후 조선 구조조정에 대해 침묵하고 있다. 이달 말 결과가 나오는 컨설팅 결과를 지켜보겠다는 설명이다. 대형 조선사 관계자는 “선주들이 ‘한국 조선산업 구조조정이 완료될 때까지 발주를 미루겠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며 “구조조정이 보다 빨리 마무리됐으면 수주량은 늘었을 것이고, 설비 감축에 따라 인도량은 줄어 수주잔량 감소세가 완만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수주 부진으로 한국 조선의 보유 일감은 1.4년치에 불과하다”며 “1년치 이상의 일감을 보유해야 하는 조선업 특성상 구조조정 골든타임은 0.4년밖에 남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