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업, 먹을 게 없다…57개사 이익이 고작 2조
올 상반기 10대 증권사의 영업이익은 총 1조149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8.7% 급감했다. 5년 만에 활황세를 보인 작년의 기저효과 때문이긴 하지만 실적 하락폭이 예상보다 커 업계를 바짝 긴장시키고 있다. 연내 미래에셋대우와 미래에셋증권 합병, KB투자증권과 현대증권 합병으로 증권업계에는 대형화 경쟁의 ‘태풍’이 이미 상륙했다. 57개에 이르는 국내 증권사가 연간 2조원에 불과한 영업이익을 ‘나눠 먹던’ 경쟁 구도에 일대 전환이 예고되고 있다.

1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2011년 이후 작년까지 증권업계 수익 기반은 크게 확충됐지만 증권사들의 이익은 ‘제자리걸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비해 같은 기간 자본시장 규모(주식 시가총액+채권 잔액)는 3104조원으로 30% 가까이 불었다.

5대 증권사의 고객예탁자산도 같은 기간 734조원으로 55% 증가했다. 그러나 국내 증권사들의 영업이익은 연평균 2조1800억원으로 2조원 안팎에서 오르내렸다.

국내 증권사들은 작년 총 46조원의 자기자본을 굴려 3조1690억원의 순이익을 내는 데 그쳤다. 자기자본 22조원인 SK하이닉스의 작년 순이익(4조3236억원)에 훨씬 못 미친다. 10년 전 20%대이던 증권업계 자기자본이익률(ROE)은 6.9%로 3분의 1토막 났다.

증권업계의 ‘몰락’은 표면적으론 주식거래가 줄고 채권투자 수익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선도적으로 시장을 만들고 새 수익을 창출하는 업계 전반의 혁신이 사라졌기 때문이라는 자기비판도 있다.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은 “시황만 쳐다보며 과거 영업 방식을 답습해온 관성이 업계의 역동성을 훼손시켰다”며 안타까워했다. 그 사이 매물로 나온 증권사(이베스트투자·골든브릿지증권 등) 6곳은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