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IB '인니'에 눈길…인도네시아 펀드 뜬다
돈 굴릴 곳이 마땅치 않은 저성장·저금리 환경에서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이 인도네시아에 눈을 돌리고 있다.

정부의 꾸준한 개혁·개방 정책이 성장을 뒷받침하는데다 60% 이상의 생산가능인구를 가지고 있어 잠재력 또한 높다는 이유에서다.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HSBC와 JP모건, 골드만삭스 등 글로벌 IB가 공통적으로 지목한 투자 유망 국가는 인도네시아다.

HSBC는 아시아에 대한 비중을 축소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으면서도 유독 인도네시아에 대해서는 비중을 늘리라고 주문했다.

JP모간은 이달 발표한 신흥 시장 전략 자료에서 '브릭스'(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프리카공화국)에 대한 비중 확대를 제시하고 인도네시아를 이곳에 포함시켰다.

골드만삭스도 인도네시아와 인도, 필리핀에 대한 비중을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한국, 홍콩, 대만 등 다른 주요 아시아 국가 비중을 축소하라는 것과는 상반된 주문이다.

이들이 인도네시아를 투자 유망 지역으로 보는 이유는 인구 구조와 경제 규모, 개발 단계 면에서 구조적인 고성장이 가능해서다.

실제 인도네시아는 최근 수년 간 5% 이상의 경제성장률을 꾸준히 기록하면서 신흥국 내에서도 돋보이는 주가 수익률을 보이고 있다.

미국 금리 인상 불안과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브렉시트) 등 대외 불확실성 속에서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지수는 올 들어 이미 11% 넘게 올랐다.

전 세계 네 번째 규모를 자랑하는 인구 수준과 60% 이상의 생산가능인구를 가진 점도 장점이다. 노동 인구의 증가는 생산성 3대 요소 중 하나임과 동시에 내수 비중을 안정적으로 끌고 갈 수 있게 해주는 원동력이다.

강현철 NH투자증권 투자전략부 이사는 "정부 정책도 인도네시아에 대한 투자 매력을 높이는 점"이라며 "조코 위도도 대통령이 이끄는 인도네시아 정부는 유류보조금 철폐와 비효율적인 관료 제도 정비, 인프라 시설에 대한 외국인 투자 허용 등 개혁 정책을 꾸준히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도네시아의 높은 성장세는 펀드 수익률로도 확인할 수 있다. 한국펀드평가에 따르면 올 들어 인도네시아를 포함한 아세안주식형펀드 11종의 평균 수익률은 12.52%에 달한다.

이중 인도네시아만을 담은 단일펀드인 삼성운용의 '인도네시아다이나믹'과 NH-아문디운용 '인도네시아포커스' 수익률은 각각 15.83%, 14.36%에 이른다.

최진호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인도네시아의 거시 환경은 매우 안정적인 수준"이라며 "아울러 최근 조세사면법이 통과되면서 해외 도피 자금이 국내로 회귀할 가능성이 높아진 것도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법안에서는 인도네시아로 회귀하는 자금이 주식 또는 채권 시장으로 들어올 경우 추가 혜택을 부여한다"며 "이는 인도네시아 금융 시장에 우호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NH투자증권은 앞서 '떠오르는 아세안'이라는 보고서에서 인도네시아가 중국을 이을 투자 유망 지역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강 이사는 "최근 인도네시아 주식에 대한 글로벌 투자자의 관심이 뜨거운만큼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과거 트레이딩 밴드인 12~16배의 상단까지 왔다"며 "하지만 인도네시아 시장에 대한 긍정적 투자 심리와 성장세는 주가를 지지하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권민경 한경닷컴 기자 k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