툭하면 허위공시에 투자자들 불안…상장폐지 가능성도
제대로 조사도 못하는 시스템…"신뢰회복책 마련해야"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 상장된 중국기업인 중국원양자원의 허위공시와 보유 선박 사진 조작 의혹으로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국내 증시에 상장되는 외국 기업이 계속 늘어나는 상황에서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불량한 외국 기업이 아예 증시에 입성하지 못하도록 심사 단계에서 철저한 옥석 가리기가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런 사태가 반복되는 한 중국계 기업 주식이 시장에서 평가절하되는 '디스카운트(Discount)' 현상은 사라지기 어려울 전망이다.

◇ 투자자 기만 의혹 중국원양자원, 퇴출 운명?

2009년 5월 코스피에 들어온 중국원양자원은 4월 수시공시를 통해 '홍콩의 업체로부터 대여금과 이자 74억원을 못 갚아 소송을 당했고 계열사 지분 30%를 압류당했다'고 밝혔으나 최근 완전 허구임이 드러났다.

거래소가 공시에 대한 진상조사에 들어가면서 이 회사 주식 거래는 정지됐다.

거래소 상장공시위원회가 이달 말 징계 수위를 결정하면 거래는 일단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

2천45원에 묶여 있는 주가는 거래 재개 후에 폭락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회사 대표 장화리씨가 저가 유상증자로 지분율을 높이려고 회사 주가가 떨어지도록 일부러 악재를 공시했다는 이야기가 정설로 나돈다.

장씨는 2014년 17%가 넘던 회사 지분을 갑자기 처분해 문제를 일으켰다가 주주들의 배려로 유상증자를 통해 지분율을 20%대로 올렸으나 올해 초 또 지분을 팔아넘겨 3월 말 기준 지분율이 1.63%밖에 되지 않는다.

실제로 이 회사는 3월께 유상증자를 추진했으나 주주총회에서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사 투자자 게시판에서는 '장씨의 의도대로 사태가 흘러가는데 막을 방법이 없다'는 한탄과 함께 '어쩔 수 없으니 유상증자를 시켜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까지 나오며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주식 거래 재개 후 유상증자가 추진될지 알 수 없지만 현재로서는 이 회사의 상장 유지도 위태로운 상황이다.

거래소의 징계로 회사가 벌점을 15점 이상 맞으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된다.

이후 1년 이내에 다시 벌점이 15점 이상 더 쌓이면 상장 폐지된다.

이처럼 상황이 심각하지만 거래 정지 직전 기준 시가총액이 2천억원이 넘는 이 회사는 정작 아무런 반응이 없어 애꿎은 투자자들만 억장이 무너지고 있다.

회사가 중국에 있다 보니 투자자들이 회사 정보를 접할 창구는 공시와 홈페이지밖에 없다.

그나마 공시는 거짓말로 판명 났고 홈페이지도 믿을 수 없다.

홈페이지에서 회사가 보유 선박이라고 소개해 놓은 사진은 포토샵으로 조작된 흔적이 역력하기 때문이다.

◇ 분식회계 의혹 있어도 제대로 조사도 못한다

사정이 이런데도 관계 당국이 할 수 있는 조치는 많지 않다.

무엇보다 외국 기업이다 보니 국내법의 적용을 받지 않기 때문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현재 우리 증시에 상장된 외국 기업들은 원주를 상장한 것이 아니라 페이퍼컴퍼니를 만들어 우회적으로 상장한 형태이기 때문에 상법 등 국내법 적용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중국원양자원이 허위공시를 한 것이 회사 대표 장씨의 저가 유상증자를 위한 것이라는 이야기는 주가조작 의혹으로 직결된다.

그러나 금감원 등 금융당국이 이런 의혹을 실제로 조사하기는 쉽지 않다.

장 대표 등 회사 관계자는 물론 회사와 관련된 모든 것이 중국에 있기 때문이다.

본격적인 조사에는 중국 당국의 적극적인 협조가 필수적이다.

이와 함께 이 회사의 회계 조작 의혹도 제기되지만 분식회계 등 회계 부정을 가려낼 방법도 없다.

최근 회사 홈페이지에 게시된 회사 선박 사진이 조작된 것으로 드러난 가운데 진작부터 회사의 선박 취득 비용이 터무니없이 높다는 의혹이 주주들 사이에서 꾸준히 제기됐다.

그러나 중국원양자원 같은 외국 기업은 금감원 감리 활동의 근거가 되는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외감법)' 적용을 받지 않아 금감원이 감리를 할 수도 없다.

금감원 관계자는 "과거 분식회계가 들통나 상장 폐지된 중국고섬 사태 때도 회계 담당 인원이 조사에 참여한 적이 있지만 외감법이 아닌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조사한 것"이라며 "외국 기업의 회계 부정에 대한 조사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에 상장한 외국 기업이 투자자에게 전달하는 정보가 너무 제한적이라는 지적도 많다.

외국계 기업의 상장을 주관했던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우리 증시에 상장한 외국 기업의 가장 큰 문제점은 투자자에 제공되는 정보 부족"이라며 "국내에 연락 사무소를 열어 투자자들에게 더 적극적으로 회사 관련 정보를 제공하게 하는 방안을 검토해 볼 만하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외국 기업의 상장 자체를 왜곡된 시각으로 볼 것은 아니지만 기업 정보가 국내 시장에 제대로 전달될 채널이 없는 것은 문제"라며 "중국 기업의 회계정보가 번역된 수준으로 국내에 들어오는 것도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윤종석 기자 banan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