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서비스 강화에 4천300억·M&A에 3천800억 지출 전망
"공격적 투자 가능성은 작아…네이버에 결정권"


네이버 자회사 라인이 해외 상장으로 1조원이 넘는 막대한 자금을 조달하게 되면서 앞으로 이 자금을 어디에 활용할지 시장 관심이 집중된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는 지난 11일 라인이 미국 뉴욕과 일본 도쿄 증시에 동시 상장해 총 1조3천265억원을 조달한다고 공시했다.

공모가 3천300엔(3만7천901원)으로 계산한 수치다.

라인은 이 중 3천839억원을 타법인 증권 취득에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다른 회사를 인수·합병하겠다는 뜻이다.

오동환 삼성증권 연구원은 "다른 모바일 메신저 회사를 인수하기는 부족한 돈"이라며 "동영상 콘텐츠 회사, 광고 회사, 게임 회사 등을 인수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라인이 베트남 현지 메신저 회사를 인수·합병할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는다.

일본, 태국, 대만, 인도네시아 등에 머무르지 않고 다른 시장을 공략할 수 있다는 것이다.

라인은 또 시설 자금으로 1천394억원, 운영 자금으로 2천871억원을 각각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기존 모바일 메신저 서비스를 강화하는 데 약 4천300억원을 쓰는 셈이다.

나머지 5천519억원은 기타 자금으로 분류했다.

이성빈 교보증권 연구원은 "라인은 일본 등에서 기존 서비스를 강화하는 데 집중할 것"이라며 "메신저 업계가 어느 정도 승부가 끝난 상황이라 시장을 넓히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라인은 지난 3월 콘퍼런스에서 일본 MVNO(알뜰폰) 시장에 진출하겠다고 밝혔다"고 덧붙였다.

라인은 추가 배정 옵션에 따라 상장 후 525만주를 추가 발행할 수 있다.

이를 통해 1천989억원을 더 조달하게 되는데, 이 자금은 기존 자금 계획에 비례해 배분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전체 조달 금액은 1조5천억원을 웃돌 수 있다.

라인은 해외 상장 설명회에서 공격적으로 투자를 확대하기보다 현재 시장 지위를 지키면서 꾸준히 주주들에게 가치를 환원하겠다고 강조했다.

위험 회피 성향의 일본 투자자들을 설득하기 위해서였다.

구체적인 자금 사용은 한국 네이버가 좌지우지할 가능성이 크다.

현재 네이버는 라인의 지분 100%를 갖고 있다.

상장 후에도 네이버의 라인 지분율은 72.7~83.3%로 매우 높다.

다른 IT 상장사들과 비교해 최대주주 지배력이 압도적이다.

라인도 상장 심사 보고서에서 "네이버가 83.3%의 주식을 보유해 라인을 실질적으로 통제할 것"이라며 "라인에 대한 다른 주주들의 영향력을 제한할 수 있다"고 스스로 언급했다.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 겸 라인 회장은 이날 오후 강원도 춘천의 네이버 인터넷데이터센터 '각'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라인의 향후 사업 계획을 직접 설명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라인의 유동주식이 적어 상장 후 주가가 단기적으로 급등할 수 있다"며 "조달 자금 사용처가 드러나고 실적이 나오면서 안정을 찾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울연합뉴스) 한지훈 기자 hanj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