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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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전문가들은 기업인수목적회사(SPAC·스팩)의 이상 급등 현상 반복과 관련해 "스팩이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투자처로 전락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공개 인수합병(M&A) 정보를 통해 시세 차익을 챙길 수 있다는 우려다.

13일 업계 관계자들은 합병에 관한 내부정보가 사전에 유통될 가능성이 높다고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스팩은 다른 기업을 인수합병 하는 것이 목적인 명목상 주식회사(Paper Company)다. 스팩은 거래소 상장으로 투자금을 사전에 마련한다. 합병을 거치면 피합병 회사 가치가 반영된다. 만약 약정 기간 내 합병이 실패할 경우 투자금은 반환된다.

금융위원회는 2009년 기업 구조조정 및 인수합병 활성화를 위해 이 제도를 도입했다. 당시 금융위는 자본 조달 과정의 간소화와 우수한 지분구조 형성 등을 기대했었다.

그러나 합병 대상 기업만 알면 주가를 예상할 수 있는 구조가 악용되고 있다는 것. 상장 당시에 공모가 2000원의 장부가치에 불과하지만, 합병이 결정되는 순간 비상장기업의 가치로 탈바꿈해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스팩 투자 전문가는 "피합병 업체 관계자들이 합병 결정 사실을 말하고 다니는 사례가 있다"며 "상장을 통해 기업 가치가 높아지는 등의 장점을 알리고 싶어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스팩은 합병을 위한 서류상 회사인 만큼 계획이 확정되기 전까지는 큰 움직임이 나타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또 다른 증권업계 관계자도 "스팩 주가가 오르는 것은 대부분 피합병 회사가 어딘지 알려지는 경우로 본다"며 "관련 정보를 아는 사람들이 해당 스팩에 몰리는 등 미공개정보가 주가를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추정한다"라고 말했다.

한국거래소 역시 스팩의 움직임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거래소 관계자는 "최근 스팩의 주가 급등을 면밀하게 지켜보고 있다"면서 "합병 발표 정보에 관한 내부정보를 활용한 정황이 나타나면 조사에 나설 수도 있다"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준법 경영을 강화가 필요하다는 주문이다. 합병에 관한 사항을 수시 공시하는 방안도 대안으로 내놨다.

정윤모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엄격한 법 집행과 해당 기업의 내부 통제 시스템 강화가 필요하다"며 "동시에 합병 등 진행하고 있는 사항을 수시 공시하는 방안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상재 한경닷컴 기자 sangj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