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투협-금융위 '증권사 선진화 프로젝트' 시동

황영기 한국금융투자협회(금투협) 회장은 12일 "증권사의 법인 지급결제 업무 제한은 공정거래법에도 위반된다"며 증권사에 법인지급 결제를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 회장은 이날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고객 편의를 위해서도 빨리 허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증권사의 법인 지급결제 허용은 9년 전인 2007년 이미 국회에서 논의돼 통과된 사안"이라며 "약 3천억원의 지급결제망 진입 비용까지 냈는데도 이를 허용하지 않는 건 공정거래법 위반이며 증권사 입장에서 보면 주주들에 대한 법적 책임도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황 회장은 "저축은행에는 법인 지급결제를 허용하면서 증권사는 막아 놓음에 따라 증권사의 법인에 대한 영향력이 현저히 떨어진다"며 이는 기업금융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아야 하는 증권업계의 발목을 잡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법인 지급결제 허용을 비롯해 앞으로 증권업계가 풀어야 할 과제를 열거하면서 금투협의 하반기 협회 업무 방향도 이에 맞춰 잡겠다고 소개했다.

금투협은 금융위원회와 함께 올해 하반기에 내놓을 '증권사 선진화 프로젝트(가칭)'를 통해 ▲ 법인지급결제 업무 허용 ▲ 기업공개(IPO) 제도 개선 ▲ 파생상품 개인 진입규제 완화 ▲ 신용평가사 평가 제도 도입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인수합병(M&A) 중개 시장에 국내 증권사들이 자체 능력을 갖추고 활발히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할 방침이다.

황 회장은 "올해 들어 국내에 M&A 딜이 총 47건 있었는데 국내 증권사 주관은 5개도 채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현행 기업공개(IPO) 제도가 너무 불필요한 신고 사항이 많아 대거 손봐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그는 "IPO 과정에서 증권신고서를 낼 때 가격을 어떤 근거로 산출했는지 자세하게 적게 돼 있는데 이렇게 하면 기업평가를 하기가 어렵다"며 "IPO는 주관사와 발행사가 알아서 하고 투자자는 싫으면 안 들어가면 되는, 시장 결정 사항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또 하반기 주요 과제로 회사채 시장 활성화를 언급하면서 그에 대한 방안으로 '신용등급 평가사에 대한 역평가' 아이디어도 제시했다.

각종 기업의 신용등급을 매기는 신용평가사를 시장에서 신뢰를 받는 타 기관이 검증하고 평가하는 제도를 도입하자는 것이다.

그는 "채권시장 활성화에서 가장 중요한 건 신용평가제도의 정립"이라며 "신용 평가사를 금투협과 금융감독원이 함께 평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황 회장은 자산운용업계에 대해선 이미 관련 제도 개선과 규제 완화로 시장 환경이 잘 갖춰졌다고 진단했다.

황 회장은 "자산관리업은 고도화와 대중화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면서 "앞으로 자산운용업계 미래는 국제화에 달렸다"고 말했다.

그는 "국민연금이나 KIC(한국투자공사)는 물론 연기금도 급속히 해외투자를 늘리는데 국내 자산운용사들은 거의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제 자산운용사도 해외 시장에서 자체 네트워크와 운용 능력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다시 말해 자산운용은 일선 업계에서, 증권업은 우리(협회)와 금융위가 해야 할 일이 많다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고상민 기자 goriou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