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이슬람 문화권을 겨냥한 할랄산업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기로 하면서 ‘할랄 관련주’에 대한 투자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음식료주를 시작으로 화장품, 여행, 패션, 의약품 등으로 할랄의 영향력이 빠르게 커질 것으로 예상돼 향후 증시에 투자변수로 부상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무슬림 소비’ 잡아라

주요 할랄 관련주는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중 65%(574개 종목)의 주가가 떨어진 8일 하락장 속에서 비교적 선방했다. 대상이 0.53% 오른 것을 비롯해 삼양식품(1.93%) CJ제일제당(0.13%)도 상승 마감했다. 사조동아원(-0.30%) 남양유업(-0.43%) 등의 낙폭도 크지 않았다. 증권가에선 할랄산업에 대한 성장 기대가 일부 반영된 영향으로 해석하고 있다.

정부가 할랄산업을 집중 육성하겠다고 발표하자 일각에선 종교적 반감과 테러 유입 가능성 등을 이유로 부정적인 반응을 내놨다. 하지만 증권업계가 할랄산업을 보는 시각은 다르다. 전 세계에서 비교 대상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이슬람권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기 때문에 적극 육성하고 활용해야 한다는 견해다.

할랄은 이슬람법 격인 샤리아에서 무슬림이 먹고 쓸 수 있도록 ‘허용한 것’을 뜻하는 아랍어다. 무슬림은 할랄 인증을 받은 식품과 화장품, 의약품 등을 선호한다. 이슬람권 국가에 제품을 수출하기 위해선 할랄 인증을 반드시 취득해야 한다

미국의 이슬람권 전문 컨설팅업체 디나르스탠더드에 따르면 전 세계 할랄시장 규모는 2013년 2조10억달러(약 2324조원)에서 2019년에는 3조7350억달러(약 4338조원)로 커질 전망이다. 무슬림 인구 수가 2010년 16억명에서 2050년 27억6000만명으로 급증(PEW리서치센터)하면서 관련 시장이 연평균 10% 안팎으로 성장할 것이란 예상이다.

증권가에선 음식료와 구강용품 관련주가 할랄산업의 영향권에 우선적으로 들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돼지 등 동물성 성분이 들어갈 가능성이 있는 화장품과 패션, 액세서리, 의약품 분야도 할랄 관련 산업으로 분류된다. 항공과 여행, 금융 등의 산업도 이슬람법의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김병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할랄 제품은 친환경 제품으로 인식되면서 비무슬림에게도 인기”라며 “할랄 관련 업체의 성장이 가시화되면 주가의 상승동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식음료주 넘어 생필품주 전반으로”

네슬레 맥도날드 유니레버 등 주요 글로벌 기업들이 할랄시장 선점에 나선 가운데 국내 업체 중에서도 할랄 인증을 받는 사례가 늘고 있다. 대상은 마요네즈와 유지류, 김, 맛소금 등 19개 품목의 할랄 인증을 받았고, 농심은 동물성 재료 대신 콩 단백질을 활용한 신라면 제품을 내놨다. 남양유업(유제품) CJ제일제당(햇반·김치) 사조동아원(밀가루) 삼양식품(불닭 볶음면) 오리온(초코파이) 사조산업(참치) 등도 이슬람권을 겨냥한 제품을 선보였다. 대상은 인도네시아 법인을 통해 이슬람권인 인도네시아 조미료 시장의 40%를 장악하고 있다.

할랄 인증을 위한 업계 노력이 확대될 것이란 기대도 많다. 황병진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주요 생활용품 수출주의 경우 할랄 인증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로 떠올랐다”며 “조만간 의약품, 패션, 화장품, 관광 등에서도 할랄 인증 움직임이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