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플러스] 팬엔터, '닥터스' 김래원 '집도'에도 시들시들
드라마 '닥터스' 속 김래원과 박신혜 사랑은 이제 시작이지만 제작사 팬엔터테인먼트(팬엔터)주가 사랑은 일찌감치 끝나 버렸다.

지난 5월 '닥터스' 방영을 앞두고 펄떡거리던 팬엔터 주가는 정작 드라마 방영이 가까워오면서 힘을 잃었다. 최근 '닥터스' 시청률이 20%에 육박할만큼 인기를 끌고 있음에도 주가는 좀처럼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

증시 전문가들은 '닥터스'에 대한 기대감을 너무 일찍 반영했다며 당분간 주가를 끌어올릴 특별한 모멘텀(동력)이 없다고 진단했다.

◆ 닥터스 방영 이후 주가 8% 이상↓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닥터스' 가 첫 방영한 지난 달 20일부터 전날까지 팬엔터 주가는 8.47% 떨어졌다.

지난 5월만 해도 팬엔터 주가는 연일 고공행진해 한달 동안 20% 넘게 뛰었다. 한류스타 박신혜와 연기파 배우 김래원이 출연하는 '닥터스'에 대한 기대감이 주가를 견인했다.

6월 들어서도 상승세를 지속하던 주가는 '닥터스' 방영일이 다가오자 급격하게 방향을 틀었다. 드라마는 주연 배우 열연과 탄탄한 내용, 명대사로 시청자를 사로잡았지만 주가는 반대로 움직였다.

한승호 신영증권 연구원은 "닥터스에 대한 기대를 주가에 너무 일찍 반영했다"며 "드라마 방영 1~2주 전부터 주가가 오르기 시작하는 것이 일반적이나, 팬엔터 경우에는 이미 한달 전부터 주가가 많이 뛰었다가 최근 하락세로 돌아섰다"고 말했다.

그는 "팬엔터 주가 하락은 차익 실현 매물에 따른 것"이라며 "시청률이 좋은 것과는 별개로 그동안 주가가 올랐던 것에 대해 이익을 실현하려는 움직임이 많다"고 설명했다.

팬엔터뿐 아니라 다른 드라마 관련주 움직임도 비슷한 상황이다. 김우빈·수지 주연 드라마 '함부로 애틋하게' 공동 제작사인 삼화네트웍스와 IHQ도 드라마 방영 한참 전부터 주가가 크게 올랐다가 방영 직후 고꾸라졌다.

한 연구원은 "드라마 관련주 주가 흐름이 영화 제작사와 유사하게 흘러가는 것 같다"며 "영화 관련주 경우에도 작품 개봉일을 많이 남겨두고 일찌감치 주가가 올랐다가 개봉일이 다가오면서 점점 주가가 빠지곤 한다"고 말했다.

◆ 주가는 어둡지만 실적 전망은 밝아

주가가 부진한 것과 달리 올해 팬엔터 실적 전망은 밝은 편이다. 증권가에서는 올해 팬엔터 매출이 작년보다 30% 이상 늘고 영업이익은 흑자전환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김종우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결혼계약' '닥터스' 등 상반기에만 3편의 드라마를 방영했거나 방영 중"이라며 "하반기에도 2~3편의 드라마를 추가할 예정이어서 올해는 실적 회복(턴어라운드)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한 연구원은 그러나 주가가 상승세로 돌아서기 위해서는 실적 개선과 더불어 '닥터스' 이외 또 다른 드라마에 대한 모멘텀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닥터스' 기대감을 이어갈 새로운 드라마가 받쳐주지 않는다면 당분간 주가는 지지부진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팬엔터는 하반기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이동건·조윤희·차인표 주연), '나를 미치게 하는 남자' 등을 방영할 예정이다. 내년 1분기에는 '진격', '겨울연가2' 등이 기다리고 있다.

김 연구원은 "하반기 제작에 들어갈 것으로 보이는 '겨울연가2'는 사전제작 드라마"라며 "중국 자본 투자 유치로 해외 시장까지 확대되고 있는 한국 드라마의 가치를 가늠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권민경 한경닷컴 기자 k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