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25일 새벽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서울에서 3시간여를 달려 경북 영주에 있는 SK머티리얼즈 공장을 찾았다. 지난해 11월 OCI로부터 인수하기로 결정한 후 6개월 만에 처음이었다. 최 회장은 직원들에게 “SK머티리얼즈를 세계 최고의 종합 소재기업으로 키우기 위해 지속적으로 투자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5년 전 SK하이닉스 인수로 반도체 사업에 뛰어든 SK가 반도체 소재로 영역을 확장하면서 SK머티리얼즈 성장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반도체·OLED 신기술이 제품 수요 증가…"SK머티리얼즈, 올 영업익 41% 늘어날 것"
○반도체 특수가스 수요 증가

4일 SK머티리얼즈는 1.83% 오른 12만7900원에 장을 마쳤다. 지난해 SK가 OCI로부터 이 회사 지분 49.1%를 4816억원에 사들인다고 발표한 후 올 4월 고점(12만8200원)까지 주가는 18.92% 상승했다. 하지만 이후 주가는 10만~12만원대에 머물고 있다.

정보기술(IT) 등 전방산업 부진에다 주력 제품인 삼불화질소(NF3) 가격 하락에 대한 우려가 주가 조정 빌미가 됐다. NF3는 반도체나 LCD(액정표시장치), 태양전지 제조공정에서 이물질이 묻어 있는 장비를 세척하는 데 사용하는 특수 가스다. SK머티리얼즈는 NF3 세계 시장 점유율 1위(40%) 회사다.

전문가들은 국내외 경쟁업체들의 증설로 인한 공급 과잉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평가한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에서 접목되는 신기술이 NF3를 비롯한 반도체 소재 사용량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승우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3D 낸드와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투자가 늘고 있어 NF3의 수요가 공급 증가분을 충분히 흡수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규원 SK머티리얼즈 경영지원본부장(전무)도 “올해 NF3 수요는 지난해 대비 10% 중반대 증가가 예상된다”며 “NF3 업계 증설도 이뤄지고 있어 전체적으로 수급은 균형이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사들이 내놓은 올해 이 회사의 영업이익 컨센서스(추정치 평균)는 1592억원이다. 지난해(1128억원) 대비 41.13% 늘어난 규모다. 증권사들의 목표주가는 15만~17만원대에 몰려있다. 최고가는 흥국증권이 제시한 18만4000원, 최저가는 유안타증권이 내놓은 14만7000원이다.

○SK 인수 후 적극적인 투자

SK는 지난해 통합 지주회사로 출범할 당시 IT서비스, 바이오 등과 함께 그룹의 미래를 이끌 신성장동력으로 반도체 소재사업을 꼽았다. SK머티리얼즈는 SK하이닉스라는 안정적인 거래처를 갖고 있음에도 공격적인 투자로 사업 다각화에 나서고 있다.

올 4월엔 SKC에어가스(현 SK에어가스)를 인수해 산소, 질소, 아르곤 등 산업용 가스로 사업 범위를 넓혔다. 지난달엔 일본 트리케미컬과 프리커서 생산을 위한 합작법인 SK트리켐을 설립하기로 했다. 프리커서는 반도체 회로 위에 여러 화합물을 균일하게 증착하는 데 필요한 핵심 소재다. 두 자회사가 추가돼 증권업계에서는 지난해 3000억원대이던 SK머티리얼즈의 외형(매출)이 2018년 6000억원, 2020년엔 7000억원까지 불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전무는 “SK그룹 편입 이후 SK에어가스 인수에 이은 프리커서 합작법인 설립으로 종합 소재 전문기업의 기초를 다졌다”며 “중국 수요 증가에 대비한 사업 확장에 대해서도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