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출시된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를 취급하는 19개 증권사 임직원 4명 중 3명꼴로 자사 계좌를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29일 금융감독원이 더불어민주당 민병두 의원실에 제출한 '증권사 임직원의 자사 ISA 가입현황' 자료에 따르면 ISA 상품을 판매하는 19개 증권사 임직원 3만70명 가운데 자사 상품에 가입한 직원은 지난 10일 기준으로 74.5%인 2만2천418명으로 집계됐다.

증권사 직원들의 가입액은 총 532억7천만원이었다.

10일 현재 증권사가 유치한 ISA 전체 가입자는 22만8천245명, 투자액은 6천255억원이다.

따라서 증권사 가입자의 9.8%가 직원들이고, 투자액의 8.5%는 직원 돈인 셈이다.

증권사 직원 1인당 평균 가입액은 237만원으로, 전체 계좌의 평균액(274만원)보다 적었다.

증권사 중 직원 가입률이 가장 높은 곳은 NH투자증권이었다.

임직원 3천64명 중 2천790명이 자사 ISA 계좌를 개설해 가입률이 91.1%다.

미래에셋증권이 그 뒤를 이어 90.9%의 가입률을 보였다.

이 외에 직원들의 자사 ISA 가입률이 80%를 넘는 증권사는 현대(88.2%), 삼성(88.2%), 한국투자(87.6%), SK(86.3%), 대신(85.8%), 키움(84.5%), 유진투자(82.4%) 등 7곳이었다.

이에 대해 직원들의 자발적인 투자로 보는 시각은 많지 않다.

증권사 직원들이 계좌 유치 실적 경쟁을 하면서 일단 자신부터 ISA 계좌를 텄기 때문이다.

한 증권사 직원은 "회사에서 내려온 ISA 유치 이벤트 할당을 채워야 해서 나부터 가입했다"며 "어느 금융회사나 실적 할당이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은행들도 본사나 계열사 직원들을 동원해 계좌를 만든 것으로 알고 있다"며 "각 은행이 관련 자료를 공개하면 알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증권사 직원의 경우 본인 금융계좌를 신고하게 돼 있어 금융당국이 ISA 가입현황을 알 수 있지만 은행은 그런 의무가 없다.

한편 메리츠종금증권은 전 직원이 1천416명인데 가입한 직원은 162명밖에 되지 않아 가입률이 11.4%로 현저히 떨어져 눈길을 끌었다.

올해 1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이 회사는 직원의 평균 근속연수가 4.51년으로 낮은 반면에 계약직 비율은 71.7%로 높은 특이한 구조로 돼 있다.

증권사 중 평균 가입액이 가장 높은 회사는 607만원을 기록한 현대증권이다.

그다음으로 삼성(450만원), 신한금융투자(379만원), 하나금융투자(351만원) 순으로 높았다.

1인당 가입액이 가장 적은 곳은 유안타증권으로, 가입자 1천20명이 총 1억5천600만원을 투자해 평균 15만원씩 계좌에 넣은 것으로 나타났다.

민병두 의원은 "ISA가 국민의 재산을 불려주는 재테크 통장으로 기능하려면 통장의 내실을 확보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윤종석 기자 banan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