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Brexit·영국의 EU 탈퇴) 결정 이후 한국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자금의 유출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는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우리나라 증시는 브렉시트 결정일인 지난 24일 폭락세를 연출했다가 비교적 빠르게 반등세로 돌아섰다.

그러나 중요한 수급 주체인 외국인이 계속 국내 주식을 내다 판다면 이런 양호한 증시 흐름이 꺾일 수도 있다.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브렉시트 투표 결과가 나온 24일부터 3거래일 동안 외국인은 코스피와 코스닥 등 우리나라 양대 주식시장에서 5천854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지난 3거래일 사이 일일 순매도액을 보면 24일 631억원, 27일 1천246억원, 28일 3천977억원으로 계속 커지고 있다.

특히 28일 순매도액은 올해 들어 가장 큰 규모다.

브렉시트가 결정된 24일 3%대 폭락했던 코스피가 27일에 이어 28일에도 소폭 반등하는 등 미국이나 유럽 주요국 증시와 달리 빠르게 안정을 되찾는 데 기여한 일등공신은 국내 기관 투자자들이다.

기관은 3거래일 사이 5천930억원을 순매수해 외국인이 던진 매물을 대부분 받아냈다.

과거 세계적인 이벤트로 증시가 출렁일 때 외국인들은 우리나라를 포함한 신흥 시장에서 투자금을 빼내가곤 했다.

달러화, 엔화, 채권, 금 등 안전자산 쪽으로 대피하기 위해 우리나라에선 약세가 예상되는 원화 자산 처분에 나선 것이다.

이런 탓에 한국 증시는 글로벌 위기 때마다 외국인 투자가들의 '현금인출기'라는 달갑지 않은 별명을 얻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이번에도 외국인 투자금의 향배가 원/달러 환율 추이에 따라 좌우될 것으로 보고 있다.

외국인 입장에선 환 차익이나 손실이 중요한 고려 요인이기 때문에 투자 판단을 할 때 환율 움직임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일각에선 달러화와 엔화 강세가 지속하면서 원/달러 환율이 단기적으로 1,200원까지 오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렇게 되면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투자 자금의 이탈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이 커진다.

김상호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이 단기적으로 1천200원까지 올라간다고 가정해 외국인 순매도 규모를 가늠해 보면 4조원 이상이 된다"며 "코스피 단기 저점이 1,800∼1,850 구간에서 형성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그러나 애초 우려했던 영국계 자금의 대거 이탈 움직임이 아직 나타나지 않은 점 때문에 외국인 자금이탈 우려가 기우에 그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실제로 전날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은 전체적으로 1천200억원 순매도에 나섰지만 영국계 투자자들은 소액 순매수 포지션을 취했다.

또 엔고로 원화 약세가 지속되면 휴대전화, 자동차, 반도체 등 우리나라 주력 수출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효과가 있어 원화 약세가 반드시 주가하락 요인만은 아니라는 지적이 있다.

한편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달러당 1,171.3원으로 전 거래일 종가보다 11.0원 급락한 채 마감했다.

또 오후 3시 10분 현재 원/엔 재정환율은 100엔당 1,149.14원으로 전 거래일 오후 3시 기준가보다 13.34원 떨어졌다.

(서울연합뉴스) 차대운 기자 ch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