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 에쓰오일 GS 등 정유주가 이달 들어 내리막을 타고 있다. 정유업계 수익성의 ‘바로미터’인 정제마진(원유와 석유제품의 가격 차이)이 급락해서다. 브렉시트(Brexit: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여파로 국제 유가가 배럴당 50달러 선에 안착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에 하반기 정유주 전망도 어두워지고 있다.
Getty Images Bank
Getty Images Bank
○정유주 영업익 20% 감소

정유업종 대장주인 SK이노베이션은 지난 24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전날보다 4.48% 내린 13만8500원에 마감했다. 이달 들어서만 15.29% 하락했다. 기관투자가가 이 기간 SK이노베이션 주식 571억원어치를 순매도하며 하락을 주도했다.

에쓰오일도 이달 들어 11.87% 내렸다. 공매도 투자자들의 타깃이 된 때문이란 설명이다. 지난 1일부터 23일까지 에쓰오일의 공매도 거래 비중(공매도 거래금액/주식 거래금액)은 22.74%에 달해 공매도 많은 종목 2위를 기록했다. GS칼텍스를 손자회사로 둔 GS는 9.35% 하락했다.

이들 정유주는 올 들어 1분기 말까지 16~33% 상승했다. 하지만 2분기 실적이 나쁠 것이라는 예상에 올 초반 상승폭을 상당 부분 반납했다. SK이노베이션의 2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예상치 평균)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21.21% 줄어든 7783억원으로 집계됐다. 에쓰오일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25.07% 감소한 4542억원이다. 증권업계는 GS칼텍스 2분기 영업이익도 20~25%가량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정제마진이 추락한 것이 정유주 실적에 직격탄이 됐다. 올 1월 평균 정제마진은 배럴당 9.9달러였지만 지난 4월 평균 5.3달러로 반토막 났다. 이달 들어서는 배럴당 4달러 선도 위협받고 있다. 박영훈 LIG투자증권 연구원은 “정제마진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저 수준”이라며 “중국 정유설비 가동률이 올라가고 있고 중동이 석유제품 수출을 공격적으로 늘린 결과”라고 말했다.

○재고 평가손실 불거지나

정유업계는 올 상반기 정제마진 하락에 따른 실적 부진을 ‘가외 수입’인 원유 재고 평가이익으로 메웠다. 정유업체가 중동에서 국내로 원유를 들여와 정제한 이후 제품으로 판매하기까지 총 30~45일이 걸린다. 이 기간 유가가 오르면 원재료인 원유 재고 관련 평가이익이 발생한다. 올 들어 유가가 오름세를 보이면서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는 지난 1분기에 2000억~4000억원의 재고 평가이익을 올린 것으로 추정된다. 2분기 평가이익 규모는 1분기를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하반기에는 재고 평가이익은커녕 재고 평가손실을 우려해야 할 상황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국제 유가 상승세가 꺾이며 30~50달러 박스권에 갇힐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 때문이다. 브렉시트 투표 결과가 나온 직후인 지난 24일 미국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원유(WTI)는 전날보다 4.93% 떨어진 47.64달러에 마감했다.

손지우 SK증권 연구원은 “브렉시트로 유로화 가치가 흔들리면서 달러화는 상당 기간 강세를 보일 것”이라며 “달러 가치가 오르면서 유가는 하락할 것”이라고 말했다. 달러값이 오름세를 보이면 상품 투자 대체재인 원유 가격은 하락한다. 손 연구원은 “유가 상승세가 제동이 걸리면서 정유주 하반기 실적에도 타격이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