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인들이 브렉시트를 선택한 24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한 직원이 심각한 표정으로 전화통화를 하고 있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영국인들이 브렉시트를 선택한 24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한 직원이 심각한 표정으로 전화통화를 하고 있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 결정 영향으로 24일 코스피지수는 61.47포인트(3.09%) 급락한 1925.24에 마감했다. 장 초반 영국이 EU에 잔류할 것이란 전망에 힘입어 2001.55(오전 9시2분)까지 상승했지만 브렉시트 투표 개표가 이뤄지면서 탈퇴가 유력해지자 브레이크 없이 추락하기 시작했다. 탈퇴가 확실시된 낮 12시49분에는 1892.75까지 떨어졌다. 하루 변동폭(108.8포인트)으로는 미국 국가신용등급이 강등된 2011년 8월9일(143.95포인트)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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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닥지수도 장중 사이드카(선물시장 급등락이 현물시장에 과도하게 파급되는 것을 막기 위한 장치)가 발동되는 등 ‘진통’ 끝에 32.36포인트(4.76%) 떨어진 647.16까지 밀렸다. 코스닥지수 하루 변동폭(56.94포인트) 또한 15년 만에 가장 컸다. 이날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 상장사 시가총액(1420조3210억원)은 전일 대비 47조4410억원이나 증발했다. 이 역시 유럽재정 위기가 높아지던 2011년 11월10일(57조2150억원 감소) 이후 최대치다.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의 93.11%인 824개 종목 주가가 떨어지는 ‘학살’ 수준의 하락장이 이어졌다. 대장주 삼성전자가 2.10% 하락한 것을 비롯해 삼성물산(-4.52%) 신한지주(-4.01%) 포스코(-5.13%) LG화학(-5.14%) 등 대표 대형주도 힘을 쓰지 못했고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의 3분의 1이 넘는 338개 종목이 5% 넘게 떨어졌다.

김형렬 교보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브렉시트 충격이 불과 하루 만에 시장에 모두 반영됐다고 볼 수 없다”며 “미국과 유럽 증시가 브렉시트 충격에 휘청일 경우 급락이 급락을 부르는 악순환의 고리가 만들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외국인은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9300계약의 선물을 순매도했다. 이날 외국인 순매도 규모는 작년 5월6일(1만3339계약) 이후 최대치다.

시장 기대와 달리 영국 국민이 EU와의 결별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면서 외국인 자금의 향방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5월 말 현재 보유 주식 시가총액 기준 영국계 자금은 36조4000억원으로 미국계 자금(172조8000억원) 다음으로 많다. 김후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강해지면서 단기자금 성격이 짙은 영국계 자금의 추가 유출뿐 아니라 미국계 자금까지 한국 등 신흥국에서 빠져나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했다.

이동호 한국투자신탁운용 리서치본부 상무는 “2011년 미국 신용등급 강등 당시 코스피지수가 1650선까지 떨어졌고, 유럽 재정위기 때는 1750선까지 밀렸다”며 “주가순자산비율(PBR) 0.9배 선인 1800선 정도를 저지선으로 상정해야 할 것”이라고 봤다.

안동현 자본시장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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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금융회사들이 위험자산에 노출된 정도가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크지는 않다. 하지만 중장기적인 불확실성은 여전히 높다. 다른 유럽연합(EU) 국가들이 동요해 추가 국민투표로 이어질 경우 메가톤급 충격이 올 수 있다. 안동현 자본시장연구원장”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