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43년 만에 EU 탈퇴…"금융시장 충격 장기화, 달러·유가 악몽 재현"
세계 5위 경제 대국 영국이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를 선택함에 따라 글로벌 금융 시장에 대격변이 예상된다.

투자업계 전문가들은 브렉시트가 실물경제와 증시, 외환시장에 모두 충격을 줄 것이라며 이에 따른 영향은 단기에 그치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현 시점에서는 섣부른 '매수' 전략을 자제하고 환율 민감도가 크지 않은 일부 업종으로만 투자 포트폴리오를 압축해야 한다는 진단이다.

이날 브렉시트 국민투표 개표를 마친 결과 유럽연합 탈퇴는 탈퇴 51.9%·, 잔류 48.1%로 탈퇴가 결정됐다.

조윤남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브렉시트에 따른 영향은 시간이 갈수록 커질 것이라며 하반기 내내 불안이 지속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부정적 이슈가 이어지면서 하반기에는 경기 회복에 대한 의심이 되살아날 수 있다"며 "시장이 흔들리면 투자자들은 결국 일부 안전자산 쪽으로 쏠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브렉시트는 특히 외환과 원자재 시장에 악영향을 줄 것이란 게 전문가들 판단이다.

올해 상반기 다소 안정을 찾아가던 미국 달러화가 다시 강세로 방향을 잡고, 유가는 하락세로 돌아서면 금융 시장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커질 수 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조익재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브렉시트로 영국 파운드화는 폭락하고 달러화는 강세를 보일 것"이라며 "달러화 강세로 유가는 하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제유가 하락은 세계 경기에 부정적 영향을 주고, 이에 따라 올해 여름을 전후로 예상했던 한국 수출의 반등도 어려워질 수 있다고 그는 전망했다.

이동호 한국운용 리서치센터장(상무) 역시 "브렉시트로 달러화 강세, 국제유가 하락에 대한 시장 우려가 다시 커질 것"이라며 "달러화 강세는 미국 제조업 경기에도 부정적 요인이어서, 미국 쪽 익스포져(위험 노출액)가 큰 신흥국에는 좋지 않다"고 말했다.

투자업계에서는 브렉시트로 인해 코스피지수가 1850선까지 하락할 수 있다며 현 시점에서는 보수적으로 투자 전략을 짜야 한다고 조언했다.

류용석 현대증권 시장전략팀장은 "손실을 인정하고, 브렉시트 이후의 2분기 실적 등 고유 변수를 감안해 시장에 접근해야 한다"며 "현재로선 코스피지수 1900선에서는 매수를 늦춰야 한다"고 말했다.

이 상무는 "달러화 강세로 원화는 약세를 나타내겠지만 섣불리 원화 약세 수혜주에 투자해선 안된다"며 "자동차 등 일부 원화 약세 수혜주는 실적 불안감이 있기 때문에 이보다는 환율 영향이 크지 않은 종목을 선택하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이날 국민투표에 따라 영국은 1973년 EU 전신인 유럽경제공동체(EEC)에 가입한 이후 43년 만에 EU를 이탈한다. 영국은 앞으로 EU 이사회와 2년 간 탈퇴 협상을 거치게 된다.

EU는 사상 처음으로 회원국 이탈 상황을 맞게 돼 회원국이 기존 28개국에서 27개국으로 줄어든다. 영국의 EU 탈퇴에 따라 다른 유럽 국가들도 '연쇄 이탈' 할 우려가 나오고 있다.

권민경 한경닷컴 기자 k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