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Brexit: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찬반 투표를 앞두고 국내 파생상품 시장에 ‘기현상’이 나타났다. 투자 위험을 회피(헤지)하려는 수요가 한꺼번에 몰리면서 코스피200 콜옵션과 풋옵션 가격이 모두 오르는 이상현상이 벌어졌다. 브렉시트 투표 결과에 따라 주가가 급변할 것으로 본 투자자들이 모가 됐든 도가 됐든 ‘베팅’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브렉시트 불안감…코스피200 콜·풋옵션 '요동'
◆콜·풋옵션 동시에 올라

23일 코스피지수는 5.87포인트(0.29%) 하락한 1986.71에 마감했다. 브렉시트 투표를 하루 앞두고 개인투자자가 2652억원을 순매도하며 하루 만에 1990선을 내줬다. ‘공포지수’로 불리는 코스피200 변동성지수(VKOSPI)는 이날 8.74% 급등했다. VKOSPI는 코스피200 옵션 가격을 토대로 한 달 뒤 지수가 얼마나 변동할지 예측하는 지표다. 통상 코스피가 급락할 때 반대로 급등한다. 브렉시트 우려가 확산되면서 VKOSPI는 이달 들어서만 53.85% 치솟았다.

투자자들의 불안감은 파생상품시장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200 풋옵션(7월물 247.5상품)은 0.34포인트 오른 4.36에 마감했다. 같은 조건의 콜옵션은 0.19포인트 오른 3.44에 장을 마쳤다. 이날처럼 코스피지수가 하락하면 풋옵션 가격은 통상 오름세를 나타낸다. 코스피지수가 계속 하락하면 풋옵션(팔 수 있는 권리) 투자자는 이익을 보게 된다. 그만큼 풋옵션 가격은 오르고 반대로 콜옵션(살 수 있는 권리) 가격은 떨어진다. 콜옵션과 풋옵션의 가격은 상반된 흐름을 보이는 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이날 콜·풋옵션이 장 초반부터 마감 때까지 동시에 상승, 파생상품 투자자들이 혼란을 겪었다. 한 파생상품시장 투자자는 “이달 들어 콜·풋옵션 등락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경우가 두드러지고 있다”며 “파생시장의 상식이 깨지고 있다”고 말했다.

콜·풋옵션 가격이 이날처럼 동시에 오름세를 보인 것은 미국 정부가 채무불이행 위기에 직면했던 2011년 말 이후 5년여 만이라는 분석이다. 파생상품시장 개인계좌 수가 2만개 미만으로 규모가 작고, 상대적으로 적은 금액으로 방향성만 판단해 투기적 ‘베팅’을 하는 사람이 많아 이상현상이 발생했다는 설명이다.

이중호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브렉시트 투표가 어떤 식으로 결론이 나든 시장이 급등락할 것이라는 투자자들의 관측이 반영된 것”이라며 “급락 또는 급등에 대비하고 콜·풋옵션에 투자금이 몰리면서 두 옵션 가격이 치솟았다”고 말했다.

◆옵션 투자자, 대박 아니면 쪽박?

파생상품시장에서는 다음달 중순 코스피지수가 이날과 비교해 20%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는 투자자도 등장했다. 코스피지수가 약 1560선까지 떨어져야 수익이 나는 코스피200 풋옵션(7월물 195) 상품은 전날보다 가격이 0.02포인트, 등락률로는 50% 오른 0.06에 마감했다. 기존에 이 풋옵션을 보유한 투자자는 대박을 터뜨린 셈이다.

심상범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파생상품 투자자들이 급등 또는 급락에 베팅한 만큼 오늘 개표 결과에 따라 한쪽은 큰 손실을, 다른 쪽은 대박을 터뜨릴 것”이라며 “이런 투자성향을 가진 외국인 투자자들이 브렉시트를 앞두고 국내 증시에서 일종의 ‘도박’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파생상품시장은 들썩이고 있지만 브렉시트 개표가 마무리되면 주식시장은 다소 안정을 찾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박성현 삼성증권 연구원은 “브렉시트 이슈가 사그라지면 그간 가려진 호재들이 부각될 것”이라며 “국내 기준금리 인하 효과와 2분기 주요 기업 실적 개선 등을 바탕으로 지수가 오름세를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 옵션

코스피200 등 기초 자산을 특정 만기일에 미리 지정된 가격(행사 가격)으로 사거나 팔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풋옵션은 팔 수 있는 권리, 콜옵션은 살 수 있는 권리다. 코스피200 옵션의 경우 통상 코스피200이 오르면 콜옵션 가격이 상승하고 내리면 풋옵션 가격이 올라간다.

김익환/김동욱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