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시는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 우려 속에 애플 등 기술주와 헬스케어주 부담으로 내렸다.

17일(미국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57.94포인트(0.33%) 하락한 17,675.16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전장보다 6.77포인트(0.33%) 낮은 2,071.22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44.58포인트(0.92%) 떨어진 4,800.34에 장을 마감했다.

이날 내림세로 출발한 지수는 장중 낙폭을 유지했다.

시장은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의 경제 자신감 약화가 시장 심리에 부정적인 영향을 지속하는 점, 23일 브렉시트 국민투표,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총재의 견해 변화, 애플 등 기술주 하락 등을 주목했다.

연준은 이번 주에 마친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했으며 미 경제 성장과 장기 기준금리 인상 폭 전망치를 함께 낮췄다.

전일 '친 유럽연합(EU)' 영국 노동당의 조 콕스 하원의원이 선거구민 간담회에서 괴한의 총격을 받고 숨진 사건도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이 사건으로 브렉시트 찬반 투표 운동이 18일까지 중단됐다.

전문가들은 투표일이 이번 사건으로 연기될 가능성이 있는 데다 정치적인 동기가 반영됐을 경우 브렉시트에 대한 반대표가 집결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브렉시트 우려로 가격 고공행진을 벌이던 안전자산인 미 국채가격이 이날 하락하고 파운드화도 미 달러에 대해 1%나 올랐다.

유럽증시도 상승세를 보였다.

하지만 영국 매체 이브닝 스탠다드(Evening Standard)는 영국 시장조사업체 입소스 모리(Ipsos Mori)의 여론조사를 인용해 브렉시트 찬성이 53%, 반대가 47%를 기록했다고 보도하는 등 불안의 불씨는 남았다.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은 브렉시트를 묻는 국민투표가 끝나면 시장 변동성이 약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세인트루이스 연은의 제임스 불라드 총재는 기준금리가 2018년까지 한 차례 이상 인상돼야만 할 것이라고 말해 이전과 다른 견해를 보였다.

불라드 총재는 앞으로 2년 반 동안 낮은 실업률, 약한 물가 상승 압력과 함께 현재 2%의 약한 성장추세가 지속할 것 같다며 결과적으로 연준이 수수방관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불라드는 본인의 견해가 비관적이지 않다고 강조했다.

불라드 총재는 올해 FOMC 투표 위원이며 과거 기준금리 인상을 지지하는 매파 성향이었다.

업종별로는 S&P 500의 10개 업종 중 5개가 내렸으며 헬스케어가 1.1%대로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다.

다음 기술주가 0.94% 내렸다.

에너지 주는 유가 반등에 힘입어 0.84% 올라 약세장에서 가장 선방했다.

다우지수 구성 종목 중에서는 애플 주가가 2.3% 빠졌다.

애플은 중국에서 특허 침해 혐의로 소송을 당해 '아이폰6' 판매가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

이에 대해 애플은 아이폰은 여전히 중국에서 판매할 수 있다고 밝혔다.

대표 기술주인 알파벳(구글)도 주가가 2.6% 하락해 애플과 함께 기술주 약세를 주도했다.

제약사 머크와 화이자 주가는 각각 2.8%와 1.5% 하락했다.

오라클은 예상보다 개선된 실적을 내놓아 주가가 2.3% 올랐다.

뉴욕유가는 미국의 원유 채굴장비 수가 3주 연속 증가했음에도 브렉시트 우려 완화에 따른 달러화 약세와 EU의 경기 침체 가능성 약화로 상승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7월물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전날보다 배럴당 1.77달러(3.8%)나 오른 47.98달러에 마쳤다.

유가는 7영업일 만에 처음으로 올랐다.

이번 주 유가는 2.2% 떨어졌다.

이날 발표된 지난 5월 미국의 주택착공실적이 소폭 둔화세를 나타냈으나 예상보다 긍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미 상무부는 5월 주택착공실적이 전월 대비 0.3% 감소한 116만4천 채(계절조정치)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이는 마켓워치 조사치 114만8천 채를 웃돈 것이다.

주택시장은 낮은 주택담보대출금리와 강한 고용창출 등에 힘입어 호조를 보이며 미 경제 성장에 일조하고 있으나 최근 적은 재고와 가격 상승으로 고객들의 구매력이 약화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이날 선물·옵션 동시 만기일인 '네 마녀의 날'(쿼드러플 위칭데이)이었지만 시장에 큰 영향은 없었다.

'네 마녀의 날'은 주가지수 선물·옵션과 개별주식 선물·옵션 만기일이 겹친 날이다.

마녀가 심술을 부리는 것처럼 변동성이 커진다고 해 이런 별칭이 붙었다.

뉴욕 분석가들은 연준과 불라드 총재가 최근 보인 변화는 투자자들을 예민하게 만들고 있다며 당장은 브렉시트 투표부터 봐야 하겠지만 결국 미 경제 지표를 확인해야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분석가들은 브렉시트 투표가 상당히 오래전부터 예고됐다는 점에서 브렉시트로 투표 결과가 나오더라도 생각보다 시장 변동성이 크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며 또 새로운 변수가 생긴 것도 참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시카고옵션거래소에서 변동성지수(VIX)는 전 거래일의 19.37에서 소폭 오른 19.4를 보였다.

(뉴욕연합뉴스) 이종혁 연합인포맥스 특파원 libert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