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주 청약 열기가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공포와 ‘대어(大魚)’ 호텔롯데 상장 연기에 따른 실망감에도 불구하고 더 매력적인 투자처를 찾지 못한 부동자금이 계속 몰려들고 있어서다. 자금이 빠르게 빠져나가는 주식형 펀드와 대조적이다.
브렉시트 공포도…호텔롯데 '찬물'도…공모주 투자 열기는 못말려
◆경쟁률 ‘1000 대 1’

세포 치료제를 생산하는 녹십자랩셀은 지난 16일까지 이틀간 일반투자자 대상 공모주 청약을 실시한 결과 모집 주식의 약 800배 수요가 몰렸다고 밝혔다. 주당 1만8500원에 40만주(74억원어치)를 모집했는데 청약 증거금(청약금액의 50%)만 2조9000억원이 몰렸다. 올 1~5월 15개 신규 상장사 평균 청약 경쟁률(기업인수목적회사를 제외한 단순 평균)인 549 대 1을 크게 웃도는 흥행 성적이다. 이틀 앞서 청약을 실시한 무선통신용 소재업체인 알엔투테크놀로지는 모집 주식의 1433배에 달하는 수요를 모았다. 지난 2월 상장한 안트로젠(1442 대 1)에 이어 올 들어 두 번째로 높은 경쟁률이다.

기관투자가의 기업공개(IPO) 시장 참여 열기도 뜨겁다. 중국 자동차용 전자장치업체인 로스웰인터내셔널은 16일 주식 공모가격을 희망구간 상단인 3200원으로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2400만주 발행을 위한 기관 수요예측에 386배(92억주) 수요가 몰린 덕분이다. 10일 수요예측을 한 제약업체 에스티팜은 공모가를 아예 희망 수준(최고 2만7000원)보다 높은 2만9000원으로 정했다. 기관 수요예측에 무려 717배 수요가 몰린 결과다.

앞서 증권업계 일각에서는 이달 초 호텔롯데의 상장 연기가 IPO 시장에 찬물을 끼얹을 것으로 우려했다. 국내 상장 역대 최대 공모이자 IPO 시장 열기를 달아오르게 할 촉매로 기대를 모았기 때문이다. 호텔롯데는 당초 이달까지 5조원 규모의 주식 공모 절차를 마치려 했으나 롯데그룹 전반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매섭게 몰아치면서 상장계획을 무기한 보류했다.

하지만 우려와 달리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와 주식시장 침체가 공모주 투자 열기를 더욱 달아오르게 하고 있다는 평가다. 한 증권사 IPO 담당 임원은 “막대한 부동자금이 갈 곳을 찾지 못해 공모주와 강남 재건축 시장에만 몰리고 있다”며 “시장이 부진하더라도 단기 고수익을 올릴 가능성이 높다는 믿음 때문”이라고 말했다.

◆“대안상품이 없다”

펀드시장에서도 공모주 ‘쏠림’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펀드평가회사인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이날 공모주 펀드 설정액은 5조1784억원으로 최근 1주일 동안 1135억원, 한 달간 3465억원이 들어왔다. 같은 기간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 각각 5730억원, 1조5615억원이 빠져나간 것과 대조적이다.

공모주 펀드는 일반적으로 직접 투자할 때만큼 기대수익률이 높지 않다. 전체 자산의 70~90%는 채권을 매입하고 나머지는 공모주에 투자하는 채권혼합형 펀드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대안상품을 찾지 못해 자금이 몰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유동완 NH투자증권 WM리서치부 연구원은 “중위험 중수익 상품으로 불리는 롱쇼트펀드나 멀티인컴펀드도 자금이 빠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국내외에서 공모주 펀드만큼 안정적인 수익을 장기간 내는 상품을 찾아보기 힘들어졌다”고 말했다.

다만 주식시장 부진이 심해질 경우 IPO 열기도 움츠러들 수 있어 브렉시트 등 대형 이슈를 경계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유 연구원은 “작년 말처럼 시장이 가라앉고 변동성이 커지면 공모주 펀드라 하더라도 수익을 낼 기회가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태호/이현진 기자 t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