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사전에 준비해 규제 충족에 큰 부담 없어"

금융팀 = 정부가 내년부터 단계적으로 은행에 외화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 규제를 적용키로 한 것과 관련해 전문가들은 은행의 유동성 강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16일 예상했다.

특히 요즘처럼 글로벌 금융시장이 불안하고, 미국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 때문에 내외 금리 차가 커질 위험성이 있는 상황에서는 LCR을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은행들도 정부의 권고에 따라 LCR 도입을 꾸준히 준비해 왔기 때문에 2019년까지 LCR 비율을 80%까지 높이는 건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 "금융시장 불안할 때 바람직한 조치"
-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

LCR을 어느 정도 높이는 건 괜찮은 방법인 것 같다.

외환관리에서는 수익성도 중요하지만 국제금융시장에서 유동성을 갖추는 게 더욱 중요하다.

특히 지금처럼 국제금융시장이 불안한 상황에서는 특히 그렇다.

물론 가장 좋은 건 한국경제를 회복시킴으로써 외국인 자금의 이탈을 막는 것이다.

그러나 단기적으로 어려운 만큼 유동성을 관리하는 건 바람직하다.

LCR 비율을 갑작스럽게 높이기는 어렵지만 2019년까지 단계적으로 80% 수준까지 높이는 건 긍정적이라고 본다.

금융시장이 불안했을 때뿐만 아니라 평상시에서 외화에 대한 유동성을 높이는 작업은 계속돼야 한다는 점에서 당국의 조치는 바람직하다.

◇ "은행권 작년부터 준비…LCR 적용에 어려움 없을 듯"
- 조선환 KEB하나은행 종합리스크관리부 팀장 -

작년부터 정부가 LCR을 적용하겠다고 예고했기 때문에 은행권이 준비하는 데 그리 어렵지는 않을 것 같다.

KEB하나은행의 LCR 비율은 월별로 차이가 있지만 대개 80% 수준이다.

위기 상황이 왔을 때 준비자금을 확보하는 것이니까 궁극적으로 올바른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수익성과는 트레이드 오프(trade off) 관계가 있다.

LCR을 관리하다 보면 수익성이 안 좋아질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러나 은행의 영속성을 위해서는 수익성도 중요하지만, 유동성 관리도 못지않게 중요하다.

외환관리를 안 할 수가 없는 구조다.

LCR을 높여 유동성을 통제하는 건 전반적으로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 "은행 수익성에는 다소 부담 우려"
- 이창선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 -

우리나라는 경제 위기 때면 항상 외화 쪽에서 문제가 생겼다.

대외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또다시 외화로 어려움 생기지 않도록 단속하자는 취지로 보인다.

현재 중국발 하방 위험이 커지고 있고 브렉시트나 미국의 금리 인상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있어 언제든지 충격으로 다가올 수 있고 자본 유출로 이어질 수 있다.

거시건전성 3종 세트가 주로 사전적 대비였다면 이번에는 사후적 대비라고 설명할 수 있다.

거시건전성 3종 세트 도입 등으로 단기차입이 크게 줄어 빚의 질이 좋아진 것이다.

유동성 확보는 대외 충격이 와서 외화가 빠져나가더라도 돈이 모자라 금융 위험으로 번지지 않고 환율이 출렁거리는 것도 완화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다.

다만 아무래도 은행들에는 부담될 수 있다.

은행들은 돈을 굴려서 돈을 벌어야 하는데 그만큼 굴리지 못하고 쌓아 놓아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어느 정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지는 모르겠지만 은행 외화자금 운용 수익성에는 다소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 "해외 의존도 높으니 내부적으로 강화 필요"
- 윤석헌 전 숭실대 금융학부 교수 -

바젤Ⅲ 협약에 따르는 것으로, 당연히 우리도 따라가야 한다.

다만 우리는 그런 부분에서 해외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이 밖에도 내부적으로 강화된 규제가 필요하다.

기본 틀은 유지하되, 외환위기 등에서 자금이 빠져나갈 수 있는 위기 상황에서 대비해 강화하는 노력을 고민해야 한다.

국제결제은행(BIS)에서 요구하는 것보다 높은 수준의 유동성을 확보하도록 강화하고, 장기적인 조달도 대비하는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너무 강화하면 해외 자금이 들어오는 데 문제가 있을 수 있어 신중해야 하지만, 해외 의존도가 높은 만큼 강화는 필요하다.

◇ "파생상품 모두 포괄하느냐가 중요"
- 강경훈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 -

규제가 포괄하는 범위에 여러 파생상품이 다 들어가 있느냐가 중요하다.

우리 은행들은 파생상품으로 외화 유동성을 조달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것들이 다 포함되느냐다.

규제에서 표현하는 '외화순유출'이라는 개념이 일단은 이런 것들을 포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왜 중요하냐면, 이런 규제를 할 때 그 범위에 빠지는 상품이 있다면 그곳으로 몰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다 포괄한다는 조건이 만족된다면, 복잡한 규제를 정리하고 국제 기준에도 맞는 만큼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 "수익성에 큰 영향 없을 듯"
- 임일섭 우리금융경영연구소 금융연구실장 -

LCR 규제는 갑작스러운 일은 아니고 이미 정부에서 예고했던 내용이다.

이 때문에 은행들이 준비할 시간이 충분히 있었고 이미 권고안 이상으로 쌓아 놓은 은행들도 많이 있다.

이 때문에 은행들이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힘들어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운용 수익성에서도 영향이 없지는 않겠지만 큰 영향은 아닐 것으로 보인다.

거시건전성 측면에서 보면 외국인 투자자금 유출 시 금융시장이 불안해 질 것을 우려해 도입한 제도다.

이런 취지에서 볼 때는 충분히 납득할 만한 제도 도입이라고 보인다.

(서울=연합뉴스) buff27@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