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단기 결과 연연 안 해…역외 원화시장 개설 어려워"

한국 증시가 올해도 모건스탠리 캐피털 인터내셔널(MSCI) 선진시장 지수 편입을 위한 관찰 대상국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MSCI는 15일 오전 6시께(한국시간) 발표한 연례 국가 리뷰에서 내년까지 한국이 관찰 대상국(Watch list)에 포함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MSCI는 매년 6월 연례 국가 리뷰를 통해 국가별 시장분류 심사결과를 내놓는데, 관찰 대상국에 먼저 올라야만 추후 MSCI 선진지수에 편입될 수 있다.

2014년 연례 국가 리뷰에서 관찰 대상국에서 제외된 우리나라는 이로써 작년에 이어 또 한 번 고배를 들었다.

한국은 2008년 MSCI 선진지수 편입을 위한 관찰 대상국에 들었으나 요구 조건을 이행하지 못해 선진지수에 들어가는 데 실패했다.

2년 전부터는 아예 관찰 대상국 명단에서도 빠진 상태였다.

MSCI는 이번 리뷰에서 ▲ 금융위원회가 최근 제시한 방안들이 내년까지 발효되기 어렵고 ▲ 원화 환전성 부족에 따른 투자 제한이 여전하고 ▲ 금융상품 개발에 관한 한국거래소 데이터 사용과 관련된 제한이 해소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한국을 관찰 대상국에 올리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MSCI의 원화 환전성 부족 관련 지적은 우리 정부가 난색을 보이는 '24시간 환전 가능 역외 원화시장' 개설 문제를 거론한 것으로 보인다.

올 들어 정부는 MSCI 선진지수 편입의 주요 걸림돌로 지적된 외국인 투자등록 제도를 24년 만에 전면 개편하고 주식·외환시장의 거래시간을 8월부터 30분 연장하기로 하는 등 MSCI 선진지수 편입 환경을 조성하는 조치를 차례로 내놓으며 공을 들였다.

김태현 금융위원회 자본시장국장을 단장으로 한 관계기관 대표단은 최근 홍콩 MSCI 사무소를 방문해 이런 노력을 설명하고 한국을 후보로 올려달라는 뜻을 전하기도 했다.

이번에 관찰대상국에 올랐다면 내년 6월 선진지수 편입 여부를 다시 심사받은 뒤 편입 결정이 날 경우 2018년 이후 실제 편입이 이뤄질 예정이었다.

우리나라는 국제통화기금(IMF), FTSE,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다우존스 지수에서는 이미 선진국으로 분류된다.

정부는 이번에 우리 증시가 MSCI 선진시장 지수 편입을 위한 관찰 대상국 명단에 오르지 못했지만 한국 시장의 매력도를 높이는 노력을 지속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은보 금융위 부위원장은 이날 "단기간에 MSCI 선진지수 편입이 이뤄지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며 "단기적인 결과에 연연하지 않고 우리 시장의 인프라를 선진화하고 우리 기업의 투자 매력도를 높이는 노력을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부는 MSCI의 주된 요구인 역외 원화 시장 개설 문제는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정 부위원장은 "우리나라는 소규모 개방 경제이고 수출입 비중이 높은 경제 특성상 외환시장의 안정성이 중요하다"며 "우리 외환 관리 체계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역외 외환거래 허용은 단기적으로 추진하기는 곤란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서울연합뉴스) 차대운 성서호 기자 so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