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공포, 투표 전후 최고조 달할 듯…"과민 반응 자제 필요" 지적도

오는 23일(현지시간) 예정된 브렉시트(Brexit·영국의 EU 탈퇴) 관련 국민투표를 앞두고 한국 주식시장도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증시 전문가들은 브렉시트가 확정될 경우 국내 증시에서도 외국인 자금 이탈에 따른 수급 부담이 생길 것으로 진단했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브렉시트 국민투표를 앞두고 실시된 여론조사 결과는 'EU 탈퇴'로 무게 중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주 영국 일간지 인디펜던트 조사에서 EU 잔류 지지가 45%, 탈퇴가 55%로 브렉시트 찬성 의견이 10%포인트 높게 나타났다.

일부 리서치 기관의 조사에서는 찬성과 반대 의견이 엇비슷하게 나오고 있다.

브렉시트 현실화 가능성에 대한 우려로 글로벌 증시와 영국 파운드화 가치는 떨어지고 금, 국채, 엔화, 스위스 프랑 등 안전자산 값은 뛰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코스피도 전날 무려 38.57포인트(1.91%) 급락해 1,970선으로 후퇴했다.

브렉시트가 결정되면 영국의 EU 잔류를 지지하는 스코틀랜드와 북아일랜드의 분리로 이어져 영국을 비롯한 유럽 전역에서 정치·사회적 혼란이 가중될 우려가 있다.

특히 EU 단일 시장의 미래를 둘러싼 불확실성으로 유럽 국가들의 재정조달 여건이 악화할 수도 있다.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세계 경제전망 보고서를 통해 "브렉시트가 영국 금융시장에 미칠 충격은 2011∼2012년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위기 당시에 나타난 수준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백찬규 KB투자증권 연구원은 "영국 경제에 타격을 주고 남유럽 금융위기 재발과 다른 EU 회원국의 탈퇴 움직임을 촉발할 가능성이 있다"며 "이는 미국 대선에도 큰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런 배경에서 브렉시트는 파운드화와 유로화의 동반 약세와 달러화 강세를 자극하는 등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상대적으로 안전한 자산에 대한 선호심리를 키우는 기폭제가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백찬규 연구원은 "브렉시트는 변동성 확대 구간에서 선진국보다는 신흥국 내의 자금 이탈을 초래하는 충격이 더 클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주식시장에서도 영국계 등 외국인의 자금 이탈이 일어날 수 있다.

현재 영국계 투자자가 한국 증시에서 보유한 매수 포지션은 36조5천억원에 달한다.

이는 한국에 투자한 외국인 전체 주식의 8.4%에 달하는 규모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연초부터 외국인 매수가 많이 유입됐는데 그중 상당 부분이 유럽계, 특히 영국계 자금"이라며 "브렉시트가 확정되면 시장에 부담 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위험자산 회피 심리 강화로 미국계와 영국계 투자자가 한국 증시에서 주식을 순매도할 수 있다"며 "특히 영국계 자금의 유출은 상당한 규모로 오래도록 진행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브렉시트 국민투표 전까지 여론조사 결과에 따라 금융시장이 출렁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이상재 유진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브렉시트가 가결되면 글로벌 금융시장에 미치는 심리적 공포는 커질 수밖에 없다"며 "브렉시트에 대한 여론 조사결과에 따라 당분간 일희일비가 불가피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요섭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브렉시트 관련 시장의 공포가 국민투표 전후에 최고조로 높아진 뒤 완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면서 "최악의 시나리오인 탈퇴를 가정해도 리스크(위험) 완화를 통한 주식시장의 반등에 무게 중심을 둘 필요가 있다"며 과민반응을 경계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실제로 국민투표 결과 EU 탈퇴가 결정되더라도 EU 조약에 따라 2년의 협상 기간이 남아 있다.

2년 내에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경우 EU 이사회의 만장일치로 협상 기한을 연장할 수 있고 그렇지 않을 경우 자동적으로 탈퇴하게 된다.

협상의 범위와 복잡성을 감안하면 영국의 실제 EU 탈퇴까지 길게는 10년 이상 걸릴 수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일각에선 이번 국민투표에서 영국민이 탈퇴 카드를 선택할지 미지수라는 의견도 만만찮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2014년 스코틀랜드 분리 독립 투표결과에서 보듯 여론 조사 결과가 실제 투표결과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용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부동층의 존재를 감안하면 브렉시트 가능성은 작다"며 "최근 스위스 국민투표에서 월 300만원의 기본 소득을 보장하는 안이 부결됐듯 EU 이탈시 경제적 비용이나 혼란 등을 감안하면 중립적인 생각을 하는 사람들의 선택지는 탈퇴 반대로 쏠릴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김 연구원은 "결과가 나올 때까지 노이즈(잡음)에서 자유롭지는 않겠지만 오히려 시장이 흔들릴 때 매수 측면에서 접근할 수도 있으므로 브렉시트 이슈에 너무 압도될 필요는 없다"고 조언했다.

(서울연합뉴스) 장하나 기자 hanajja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