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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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그룹이 벼랑 끝에 섰다. 경영권 분쟁과 면세점 입점 비리에 이어 비자금 조성 의혹까지 불거지면서 검찰의 강도 높은 수사가 진행 중인 탓이다.

당장 내달 코스피(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앞둔 호텔롯데의 상장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그룹의 잇단 악재로 인해 공모 흥행을 장담할 수 없는 처지에 놓였기 때문이다.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호텔롯데는 오는 7월28일까지 상장 절차를 밟아야 한다. 거래소 규정상 예비심사 결과(1월28일)를 통보받은 기업은 6개월 안에 상장 작업을 마무리지어야 해서다.

호텔롯데는 당초 이달 29일에 상장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의 면세점 로비 의혹이 터져 나오면서 3주 정도 증시 진입이 미뤄진 상황이다.

호텔롯데의 상장은 향후 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이나 롯데리아 등 비상장 계열사의 기업공개(IPO) 일정과 맞닿아 있는 문제라서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호텔롯데가 증시에 들어오면 지주회사 전환을 비롯한 지배구조 개편에 시간적인 여유를 가질 수 있다"면서도 "호텔롯데의 지주사 전환 가능 여부는 신동빈 회장의 호텔롯데 지분 취득 이후에 판단이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호텔롯데의 상장을 시작으로 코리아세븐, 롯데리아, 롯데정보통신, 롯데건설 등 주요 계열사의 '도미노 상장' 역시 예상되고 있다. 신동빈 회장이 지분을 가진 코리아세븐(지분 9.0%), 롯데정보통신(7.5%) 등을 통해 호텔롯데의 지분 취득을 위한 재원을 마련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아서다.

호텔롯데는 올해 기업공개(IPO) 최대 기대주(株)로 꼽히고 있어 한국거래소에도 '불똥'이 튀고 있다. 다만 상장 여부는 호텔롯데의 선택이지 거래소가 논의해야 할 문제가 아니라고 못박았다.

거래소 관계자는 "규정상 7월 안에 상장 신청을 하지 않으면 호텔롯데의 상장은 자동으로 무산된다"며 "거래소의 경우 이미 호텔롯데의 상장 심사를 마치고 통과시켰기 때문에 더 이상 관여할 수 있는 사항은 없다"라고 말했다.

호텔롯데가 예정대로 상장을 진행하더라도 흥행 여부를 짐작하기 어렵다는 전망도 나왔다.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기업분석가)는 "분명한 것은 기관투자자들 사이에서 호텔롯데에 대한 반응은 부정적"이라며 "기업 가치에 비해 공모가격(8만~11만원)이 여전히 높다는 지적이 많다"라고 평가했다.

이어 "호텔롯데는 공모를 통해 시중에서 약 4조1000억원을 조달해야 하는데 상장 대표 주관사를 제외한 나머지 기관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할지 미지수"라며 "특히 절대수익률을 원하는 투자자문사 등 일부 기관은 거의 할인이 없는 가격대에 베팅할 이유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연구원은 "호텔롯데는 면세점을 통해 매출을 올리는 곳"이라며 "주로 중국 관광객 등을 상대로 사업을 벌이고 있어 검찰 수사로 인해 수익 예측 등이 조정되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번 악재가 공모 시 흥행 여부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란 얘기다.

호텔롯데는 앞서 공모 희망가격을 주당 9만7000원~12만원에서 8만5000원~11만원으로 한 차례 내려잡은 바 있다.

한편, 서울중앙지검 특수4부(조재빈 부장검사)와 첨단범죄수사1부(손영배 부장검사)는 이날 오전 서울 소공동에 있는 롯데그룹 본사와 계열사 7곳, 일부 핵심 임원 자택 등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정현영 한경닷컴 기자 j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