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산, 지배구조헌장 도입…전자, 분기배당 근거 마련

삼성이 본격적으로 주주 달래기에 나선다.

최근 삼성SDS 사업분할 방침에 대한 소액주주 반발과 삼성물산 주식매수청구가격을 변경하라는 법원의 결정, '주주는 인질이 아니다'는 취지의 증권사 보고서 발표 등 일련의 정황에 비춰볼 때 향후 사업재편 과정에서 주주친화정책의 성패가 관건이 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삼성은 SDS 물류사업 분할도 기존 주주의 반대가 심한 물적 분할이 아니라 기존 주주가 신설법인의 지분을 원래 지분율대로 나눠 갖도록 하는 인적분할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물적 분할은 기존 회사가 분할되는 신설회사의 주식을 보유해 자회사 형태로 두게 돼 기존 주주의 권한이 제약된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 주요 계열사는 지난해부터 대대적으로 주주친화정책을 도입하기 시작한 데 이어 올해 들어 추진안을 구체화하고 있다.

지난해 7월 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의 반대를 뚫고 제일모직과의 합병에 성공한 통합 삼성물산은 사전에 주주들에게 약속한 대로 주주와 직접 소통을 위한 거버넌스위원회와 CSR(사회공헌)위원회 등을 발족했다.

사외이사 3명, 외부전문가 3명으로 구성된 삼성물산 거버넌스위원회는 지난 4월 3차 회의를 열어 주주권리를 강화하는 내용의 기업지배구조헌장을 도입했다.

거버넌스위원회에는 주주권익 보호담당 임원을 별도로 둬 이사회와 주주간 소통을 맡겼다.

거버넌스위원회는 주주의 실질적 가치 제고를 위해 배당성향 30%를 지향하는 방향으로 향후 활동을 강화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3분기 실적발표 직후 11조3천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해 전량 소각한다는 방침과 함께 주주친화정책을 발표한 바 있다.

삼성전자는 연간 순현금수지(Free Cash Flow)의 30~50%를 배당과 자사주 매입 방식으로 주주환원에 활용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분기 배당도 검토 중이다.

통상 중간배당과 기말배당을 해왔는데 1분기와 3분기에도 수시 배당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다.

삼성전자가 분기 배당제를 시행하게 되면 시점은 올해 3분기 직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3월 주주총회에서는 분기배당을 도입할 수 있는 근거를 만들었다.

업계 관계자는 "자사주를 수시로 매입해 주가를 부양하고 자주 배당을 하는 것이 가장 실질적으로 주주친화에 부합하는 정책"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무엇보다 삼성전자는 2분기 예상실적(영업이익)이 지난 한 달간 평균 7조2천억원에 머무르던 데서 최근 한 주간은 7조 후반대부터 8조원대까지 치솟았다는 점이 주주들에게 고무적이며 주가를 떠받드는 실제 힘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삼성전자는 향후 현금활용의 수단으로 기존 시설투자·연구개발(R&D) 외에 수시배당 등 적극적인 주주환원을 고려하겠다는 방침이다.

다른 계열사에도 주주친화 바람은 확대될 전망이다.

삼성전기는 올해 주총에서 이사회 의장에 사외이사인 한민구 서울대학교 전기컴퓨터공학부 명예교수를 선임했다.

삼성 계열사들이 정관개정을 통해 이사회 의장직을 사내이사뿐 아니라 사외이사에게도 개방하기로 한 이후 처음 사외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맡은 사례로 꼽힌다.

(서울연합뉴스) 옥철 기자 oakchu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