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 등 기업 단체들 '우려 의견' 금융위에 전달

전국경제인연합회를 중심으로 한 재계의 반발 기류에 밀려 기관 투자가의 주주권 행사를 활성화할 '스튜어드십 코드(Stewardship code)' 도입이 올해 하반기로 또 늦춰질 전망이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9일 "충분한 의견 수렴 절차를 거치는 것이 중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하반기 중 시행을 목표로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연기금, 보험사, 자산운용사 등 기관 투자가들이 주주로서 기업의 의사결정에 적극 참여토록 하는 의결권 행사지침이다.

현행 법령과 규정에도 기관 투자가들이 적극적으로 주주권을 행사할 여지가 있긴 하지만 '식물 주주'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현실 속에선 기관의 주주권 행사가 미미한 편이다.

이런 문제를 보완할 수단으로 꼽히는 스튜어드십 코드는 2010년 영국에서 처음 시작됐고 2014년에는 일본에서도 도입됐다.

현재는 세계 10여개 나라가 이 제도를 시행 중이다.

금융당국은 세계적으로 낮은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는 우리나라 기업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일반 주주의 권익을 확대하는 차원에서 작년 2월 태스크포스(TF)를 구성,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준비에 들어갔다.

금융위는 애초 작년 3분기까지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그러고나서 다시 작년 말까지 도입 준비를 마치고 올 상반기부터는 새 제도를 시행하겠다고 했는데, 기업들의 집단 반발이 다시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중소기업중앙회 등 기업 단체들은 지난달 3일 금융위에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에 대한 경제단체 공동의견'을 전달했다.

이를 통해 "상장 기업의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공개적인 의견 수렴 절차부터 거쳐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국민연금, 자산운용사 등 기관 투자자를 활용해 상장사 경영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음을 우려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우리나라 기업 기배구조의 투명성이 세계적으로 낮다는 평가가 있는 만큼 자본시장이 건전하게 발전하려면 기관 투자가들이 한층 적극적으로 주주 역할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아시아기업지배구조협회(ACGA) 2014년 평가에서 우리나라 기업의 지배구조 수준은 아시아 11개국 중에서 홍콩, 싱가포르, 일본, 태국, 말레이시아, 대만, 인도에 이어 8위에 그쳤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논의가 상당히 동력을 잃은 것이 사실이지만 자본시장이 계속 발전하려면 투자자의 권리가 두텁게 보호되고 있다는 메시지를 시장에 던져야 한다"며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차대운 기자 ch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