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와이의 ‘하얏트리젠시 와이키키비치 리조트&스파’
하와이의 ‘하얏트리젠시 와이키키비치 리조트&스파’
마켓인사이트 6월7일 오후 11시30분

[마켓인사이트] [단독] 박현주의 한발 앞선 '해외 특급호텔 투자'
미래에셋그룹이 세계 최대 사모펀드 운용사 블랙스톤으로부터 사들이는 하와이 ‘하얏트리젠시 와이키키비치 리조트&스파’는 미래에셋그룹이 일곱 번째로 투자하는 호텔이다. 2013년 호주 시드니 포시즌스호텔 인수(3800억원)를 시작으로 3년 만에 호텔 투자 규모를 총 2조8500억원으로 늘렸다. 미래에셋은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이 2013년 “앞으로 해외 호텔 투자에 적극 나설 것”이라고 공언한 이후 해외 특급호텔에 대한 투자 금액을 지속적으로 늘려왔다.

박 회장은 어떤 경로로 해외 호텔 투자에 매력을 느꼈을까. 그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인 2006년 중국 상하이에 투자한 ‘상하이미래에셋타워’가 투자 원금(2600억원) 대비 네 배 이상 치솟는 것을 확인한 뒤 중국 인구의 엄청난 폭발력과 연계하는 부동산 투자의 진가를 터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관광부문에서 “여권을 가진 중국인은 전체 인구의 4%(약 6000만명)에 불과하지만 앞으로 선진국 수준(20% 이상)으로 증가할 경우 특급호텔을 찾으려는 중국인 관광 수요도 급증할 것”이라는 확신을 갖게 됐다. 중국의 급속한 산업화로 각지 사람들이 상하이에 몰려들면서 부동산 가격이 급등한 것처럼 중국인의 해외 관광이 늘어나면 해외 특급호텔 가치도 자연스럽게 올라간다는 것이다.

투자 대상은 철저하게 특급호텔 위주다. 지난해 말 미래에셋이 5200억원에 인수한 미국 샌프란시스코 페어먼트호텔은 세계 각국 정상회담이 자주 열리는 곳이다. 개장한 지 109년이 지난 이 호텔을 두고 박 회장은 “피카소의 그림처럼 시간이 흐를수록 가치가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중동의 워런 버핏’으로 불리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최대 부호 알왈리드 왕자는 지난달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호텔에서 박 회장을 만나 “최고급 대리석으로 마무리한 인테리어가 너무 훌륭하다”며 “앞으로 한국에서는 포시즌스호텔에서만 묵겠다”고 덕담을 건네기도 했다.

하얏트리젠시 와이키키는 휴양뿐 아니라 관광과 쇼핑의 요충지라는 측면에서 높게 평가받고 있다. 호놀룰루공항에서 10분 거리에 있다. 박 회장은 지난주 하와이로 출장을 가서 호텔을 직접 둘러본 뒤 인수 계약을 최종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은행(IB)업계의 한 관계자는 “휴양과 쇼핑을 동시에 추구하는 중국인 관광객에게 안성맞춤인 호텔”이라고 설명했다.

앞으로도 미래에셋그룹의 해외 호텔 투자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해외 투자자들 사이에서 ‘미래에셋그룹이 전 세계 특급호텔을 사들인다’는 소문이 나면서 고급 매물정보가 모여들고 있기 때문이다. 하얏트리젠시 와이키키 투자도 철저하게 비공개로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미래에셋과 경쟁하는 운용사의 한 관계자는 “입찰을 거치지 않고 조(兆) 단위 호텔을 살 수 있는 노하우를 가진 곳은 미래에셋뿐일 것”이라고 혀를 내둘렀다.

미래에셋의 이런 행보는 국내 다른 투자자에게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동안 호텔 투자에 보수적이던 한국투자공사(KIC)가 지난해 홍콩 인터컨티넨탈호텔을 9억4000만달러에 인수하면서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롯데호텔도 지난해 미국 맨해튼 중심가의 ‘더 뉴욕 팰리스 호텔’(8억5000만달러)을 인수했다. 국내 자산 운용사들 역시 부동산, 호텔 등 대체투자 전문인력 영입에 공을 들이고 있다.

민지혜/좌동욱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