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락세 계속되지 않을 듯…브렉시트·한국금리 등 변수

원/달러 환율이 미국 기준금리를 둘러싼 외풍에 크게 출렁이고 있다.

7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오전 10시20분 현재 달러당 1,164.0원으로 전 거래일보다 19.6원 급락한 채 거래됐다.

올해 들어 원/달러 환율이 높은 변동성을 이어가고 있지만, 개장 초반 20원 가까이 떨어진 것은 이례적이다.

전문가들은 원/달러 환율의 급락이 미국의 고용지표 악화로 기준금리 인상 전망이 크게 약화된 영향을 받은 것으로 분석했다.

미국 노동부는 지난 3일(현지시각) 비농업부문에서 지난달 신규 일자리 증가량이 3만8천개로 2010년 9월 이후 약 6년 만에 가장 적은 수준이라고 발표했다.

이는 금융시장 전문가들이 내놓은 최저 전망치보다 낮아 금융시장에서는 충격적으로 받아들여졌다.

미국의 고용 지표가 부진하게 나오자 최근 고조됐던 6월 기준금리 인상 전망도 급격히 얼어붙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기준금리를 결정할 때 고용 동향은 매우 중요한 지표다.

최근 원/달러 환율은 중국의 경기 둔화, 국제유가 등의 변수보다 미국의 금리 인상에 좌우되는 모양새다.

지난 달에는 미국의 금리 인상 전망이 부각되면서 원/달러 환율이 급등했다.

5월31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의 종가가 1,191.7원으로 전월 마지막 거래일인 4월29일(1,139.3원)보다 52.4원이나 올랐다.

재닛 옐런 연준 의장과 연방준비은행 총재들이 최근 조기 금리인상을 시사하는 발언을 잇달아 내놓은 영향이 크다.

특히 옐런 의장은 지난달 27일(현지시각) 하버드대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앞으로 수개월 내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일이 적절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부진한 고용지표라는 '강펀치'에 원/달러 환율의 상승을 고스란히 반납한 상황으로 순식간에 바뀐 것이다.

전문가들은 원/달러 환율이 당분간 하락 압력을 받을 것으로 내다봤다.

차갑게 식은 미국의 조기 금리 인상 전망이 이른 시일 내 반전되기 어렵다는 점에서다.

여기에 원/달러 환율이 급락할 때 우리나라 외환당국이 개입할 여지도 과거보다 줄어든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제이컵 루 미국 재무장관은 지난 4일 서울에서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한 회담에서 한국이 외환시장에서 한 방향으로 개입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을 강조했다.

앞서 미국은 지난 4월 한국을 환율 조작과 관련해 '관찰대상국'으로 분류하는 보고서를 내놨다.

다만, 원/달러 환율이 하락하더라도 급락세가 계속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앞으로 국제 금융시장의 불안 요인이 나타나면 언제든지 기축통화인 달러가 강세를 띨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는 23일 실시되는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투표는 세계 경제에 미칠 영향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박성우 NH선물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이 당분간 하락 압력을 계속 받을 수 있지만, 브렉시트 가능성이 안전자산 매수 심리를 자극할 수 있는 만큼 그렇게 가파르게 하락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한국에서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전망도 원/달러 환율의 하락세에 제동을 걸 수 있다.

국내 금융시장에서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올해 경기 부양을 위해 기준금리를 내릴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전망이 약화했지만 여전히 남아있고 브렉시트 가능성, 한국의 금리 인하 기대감 등으로 원/달러 환율이 계속 급락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노재현 기자 noja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