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S 주가가 ‘알짜’인 물류사업 분할을 검토한다는 소식에 급락했다. 떼어낸 물류사업을 가져갈 것으로 예상되는 삼성물산은 급등했다.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이 여전히 ‘진행형’인 만큼 변화 과정에서 관련주의 주가 변동성이 커질 전망이다.
삼성그룹 지배구조 관련주 '요동'
◆크게 엇갈린 주가

3일 삼성SDS는 10.78% 하락한 14만9000원에 장을 마쳤다. 전날 제기된 삼성SDS의 물류 BPO(비즈니스 프로세스 아웃소싱)부문 분할 이후 삼성물산 상사부문과의 합병 추진 가능성이 주가를 끌어내렸다. 반면 삼성물산은 안정적인 수익성 확보 기대에 7.02% 오른 12만2000원에 거래를 마감하며 최근 1년래 최저가에서 탈출했다.

삼성SDS는 이날 “사업부문별 회사 분할을 고려하고 있다”면서도 “이후 합병 등 추가 계획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선을 그었지만 시장의 반응은 달랐다. 삼성SDS와 삼성물산은 삼성그룹 오너가의 지분율이 높아 지배구조 개편 이슈에 따라 주가가 움직여왔다.

사업구조상으로도 물류부문 분할과 합병은 삼성SDS와 삼성물산의 외형에 큰 변화를 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SDS는 지난해 매출액(7조8530억원)에서 물류부문(2조6060억원)이 차지하는 비중이 30%에 달했다.

진성혜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북미 및 유럽지역 판매물류 비중을 늘리고 있어 향후 물류 사업부문의 매출이 4조5000억원까지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 1분기 건설부문 부진으로 4000억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본 삼성물산이 이 사업부문을 가져갈 경우 실적 개선뿐만 아니라 미래 신성장동력을 확보하는 모멘텀으로 삼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삼성SDS 분할안은 삼성그룹이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장과 더불어 삼성물산의 기업가치 상승을 위해 애써온 고민의 결과라는 시각이 많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실적이 부진하고 주식매수청구권 가격에 대한 논란도 완전히 불식시키지 못한 삼성물산 입장에선 물류 사업으로 기업 가치를 올릴 기회를 맞이할 수 있다”며 “이는 곧 이재용 부회장이 그룹에 대해 갖는 지배력의 가치가 올라가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삼성물산 지분 17.23%를 보유하고 있다.

반면 지배구조 개편주로서 삼성SDS의 입지는 약해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김장원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SDS는 그동안 그룹 지배구조 재편 작업을 위한 지렛대 역할을 해왔다”며 “이번 분할안에 비춰볼 때 삼성그룹은 삼성SDS 자체를 키우기보다는 개별 사업부를 성장시키는 전략으로 선회한 것 같다”고 말했다.

◆지배구조 개편은 여전히 안갯속

많은 전문가는 물류를 떼어내고 남는 삼성SDS의 IT서비스 사업부문은 삼성전자에 흡수되거나 별도의 자회사로 분리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이날 삼성전자가 이 합병 가능성을 부인한 만큼 단기적으로 삼성SDS 주가의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어쨌든 이번 일을 계기로 잠시 숨을 고르던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작업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제일기획, 에스원 등 계열사 매각 및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 합병 재추진, 현금 유입을 위한 삼성물산 건설부문 처분 등의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2017년 대선 등에 따른 규제환경 변화 가능성 등을 고려해 올해 내에 지배구조 개편이 마무리(지주회사체제 전환)될 것이라는 기대도 여전하다”고 말했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