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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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는 국제유가 흐름에 있어 미국 원유재고를 주목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잇단 산유량 동결 합의로 관련 영향력은 힘을 다했다는 것이다.

2일(현지시간) OPEC은 오스트리아 빈에서 정례회의를 열었으나, 산유량 동결 합의에 실패했다. 경제제재 이전 수준까지 생산량을 회복하려는 이란의 입장이 걸림돌로 작용했다.

이에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원유(WTI) 7월물은 장중 한때 배럴당 48.28달러까지 미끄러졌다. 이후 미국 원유재고가 감소했다는 소식이 전해져 반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전날보다 16센트(0.3%) 오른 배럴당 49.17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미국에너지정보청(EIA)은 지난주 원유 재고량이 전주 대비 140만배럴 감소한 5억3570만배럴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국제유가는 지난 2월11일 연중 최저치인 배럴당 26.21달러까지 하락했으나, 계속되는 미국의 원유재고 감소에 반등세를 이어가고 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국제유가가 OPEC보다 미국 원유재고의 영향을 크게 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OPEC은 1970년대부터 세계 산유량의 절반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해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그러나 지난달 25일 압둘라 빈 하마드 알 아티야 카타르총리가 "OPEC은 더 이상 세계 산유량을 좌지우지하는 생산자가 아니다"라고 밝히는 등 위상이 많이 떨어졌다.

강재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국제유가는 점차 미국 원유재고를 따라가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며 "OPEC은 산유량 동결에 대한 기대가 줄면서 영향력이 제한받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OPEC이 놀랄만한 감산이나 동결 합의를 내놓지 않는 이상, 국제유가에 대한 영향력은 회복되기 어려울 것으로 봤다.

황병진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국제유가에 있어 OPEC의 결정과 미국 원유재고는 모두 중요한 요소"라며 "다만 당분간은 미국 재고의 영향력이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국제유가는 미국 원유재고 감소와 계절적 성수기 진입으로, 상승세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통상적으로 매년 6~8월은 '드라이빙 시즌'이라고 불리는 여행 성수기로 원유 수요가 늘어나는 시기다.

강 연구원은 "국제유가가 저점 대비 88% 가량 상승했지만 상승 여력이 남아있는 상황"이라며 "미국 원유재고 감소 등을 고려할 때 3분기 말까지는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제유가 상승기에는 철강과 금속 등 원자재와 화학·정유주에 관심을 가지라는 주문이다.

조병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철강 등 원자재는 국제유가와 같이 오르는 경향이 커 관련 종목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특히 미국이 사회기반 시설에 대한 투자를 늘리면서 수요가 늘어날 전망"이라고 말했다. 또 국제유가와 주가 움직임이 비슷한 화학·정유주에 대한 투자도 유효하다고 덧붙였다.

다만 국내 증시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할 것이란 분석도 있다. 류용석 현대증권 시장전략팀장은 "국제유가는 63~65달러 선에서 상승이 멈출 가능성이 높다"며 "추가 상승폭이 작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관련 업종에 대한 영향도 크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류 팀장은 "국제유가가 배럴당 70~80달러대에 진입할 경우 중공업주에 주목해야 한다"며 "해양플랜트 등의 수주가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박상재 한경닷컴 기자 sangj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