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삼탄

무모한 도전이 '대박'으로
1982년부터 개발한 인도네시아 탄광, 2015년 매출 1조9600억 올려

'제2의 시련기' 극복 과제
수요감소·셰일가스 도전 '이중고'…"가격 반등때까지 감산할 것"
[베일 속의 비상장사] "석탄사업이 망했다고?"…인도네시아서 '검은 노다지' 캐는 삼탄

1962년 강원 정선의 탄광에는 ‘검은 노다지’를 찾는 사람들로 크게 붐볐다. 그들 가운데 한 명이 고(故) 유성연 삼탄 명예회장이었다. 삼탄의 전신인 삼척탄좌를 경영하던 그는 갱도 깊숙한 ‘막장’에서 광부들을 독려하며 국내 석탄사업의 전성기를 이끌었다. 하지만 1990년대 들어 삼척탄좌를 비롯한 강원지역 탄광은 급격한 몰락의 길을 걸었다. 전기 기름 등이 석탄을 빠른 속도로 대체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도전으로 일궈낸 파시르광산의 ‘대박’

일찌감치 시련을 예감한 삼탄은 인도네시아 석탄광으로 눈을 돌렸다. “무모한 도전”이라며 안팎에서 만류했지만 유 명예회장은 1982년부터 인도네시아 밀림에 탄광 탐사팀을 보내기로 하고 대규모 자금을 쏟아부었다. 그 결실이 파시르 광산에서 나왔다. 연간 110만t의 석탄을 생산할 수 있게 된 것. 인도네시아 밀림 한복판에서 캐낸 석탄을 팔아 연간 1조9600억원대(2015년 기준)의 매출과 356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고 있다.

파시르 광산은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에서 동북쪽으로 1300㎞ 떨어진 동부 칼리만탄주 파세르군에 자리잡고 있다. 탄광 면적은 509㎢로 서울시 전체 크기와 맞먹는다. 현지 작업 환경은 열악하기 짝이 없다. 한여름이면 기온이 섭씨 38도까지 치솟는 날이 비일비재하다. 말라리아 뎅기열 등 풍토병 위험도 도사리고 있다. 폭염을 뚫고 삼탄의 국내외 임직원 1만4000명(협력업체 포함)이 24시간 파시르 광산에서 교대로 근무하고 있다.
[베일 속의 비상장사] "석탄사업이 망했다고?"…인도네시아서 '검은 노다지' 캐는 삼탄

파시르 광산은 석탄이 지표면 밖으로 드러난 노천 탄광이다. 한국 탄광처럼 수직으로 굴을 뚫어 석탄을 캐는 갱내 채굴과 다르게 채취한다. 굴착기로 ‘석탄땅’을 깎아서 캐낸 석탄을 덤프트럭에 실어 석탄 파쇄설비 시설로 보낸다. 지금 이 시간에도 덤프트럭이 광산과 파쇄설비를 오가며 석탄을 나른다.

삼탄의 석탄은 품질이 우수하기로 익히 알려져 있다. 유황 함유량이 일반 석탄의 7분의 1가량에 그친다. 이 석탄을 사용하는 화력발전소는 별도의 배연탈황설비를 갖추지 않아도 황산화물 배출 규제를 피할 수 있다는 평가다.

삼탄의 파시르 광산은 석탄 매장량이 13억t에 달한다. 연간 생산량 기준으로 세계 5위 규모다. 이 회사는 발전소·해운 사업도 하고 있지만 주력은 석탄 생산·판매업이다. 지난해 기준으로 매출의 97%(1조8960억원)를 석탄 판매를 통해 올렸다.

삼탄은 파시르 광산에서 2014년 4000만t, 지난해 3900만t의 석탄을 생산했다. 올해 안에 석탄 누적 생산량이 4억t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파시르 광산에서 생산한 석탄은 국내는 물론 일본 중국 대만 인도 홍콩 말레이시아 등 세계 13개국으로 수출된다. 대부분 화력발전소를 가동하기 위한 연료로 쓴다.

실적 하향세 언제 멈출까

삼탄의 국내 탄광사업은 1990년대 들어 문을 닫은 2001년까지 적자를 기록했다. 반면 파시르 광산은 매년 채산성이 향상됐고 그만큼 실적도 개선됐다. 파시르 광산이 순항하면서 삼탄은 2011년 매출 2조6085억원, 영업이익 9987억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다. 2011년 영업이익률(38.29%)은 같은 기간 상장사 영업이익률 1위 업체인 강원랜드(38.6%)에 필적하는 수준이다. 당시 석탄가격이 고공행진을 이어갔고 매년 생산비용을 낮춘 결과다.

국내에서 가장 성공한 자원개발 업체로 꼽히는 삼탄이지만 최근 실적은 주춤하는 모습이다. 영업이익은 2013년에 5486억원을 기록한 이후 2014년 3639억원, 지난해 3567억원 등 매년 내림세다. 글로벌시장에서 석탄 가격이 내리막길을 걷자 삼탄도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석탄 시장 조사업체인 ICR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유연탄 가격은 2011년 t당 평균 102.86달러에 달했다. 하지만 지난해는 절반 수준인 t당 53.68달러 수준으로 주저앉았다. 미국이 저렴한 가격으로 셰일가스 생산을 늘린 데다 중국과 인도의 석탄 수요도 눈에 띄게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삼탄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감산을 계획하고 있다. 석탄 가격이 극적으로 반등하지 않는 한, 당분간 실적 하락세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삼탄의 임규동 경영지원 이사는 “현재 석탄 가격을 저점으로 보고 있다”며 “가격이 반등하는 시점까지 생산량을 조절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